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브랜드와 해외 크리에이터를 잇는 이른바 '시딩(Seeding)' 플랫폼이 벤처캐피털(VC)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K-뷰티 커뮤니티 플랫폼 '피키(Picky, 대표 이지홍)'는 글로벌 VC 한리버파트너스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지난 프리 시드 투자 이후 약 5년 만에 거둔 결실로, 정확한 투자 금액은 양사 합의에 따라 비공개에 부쳐졌다.
피키는 단순히 브랜드와 인플루언서를 매칭하는 중개 단계를 넘어선다. 이들은 인플루언서 섭외, 캠페인 기획, 운영, 그리고 최종 콘텐츠 검수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한 '풀 스택(Full-stack)' 솔루션을 지향한다.
핵심 경쟁력은 자체 운영 중인 '피키 커넥트(Picky Connect)' 시스템에 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의 API를 직접 연동해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한다. 어떤 크리에이터가 특정 브랜드의 타겟 고객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지 데이터로 입증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누적 1,000건 이상의 캠페인을 통해 41만 건의 콘텐츠를 생산했으며, 앱 다운로드 수는 60만 건을 넘어섰다.
업계가 피키를 주목하는 이유는 '비용 대비 효율(ROI)'이다. 과거에는 수백만 팔로워를 보유한 메가 인플루언서에 의존했다면, 피키는 팔로워 2만 명 미만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적극 활용한다.
실제로 피키의 협업 사례를 보면, 마이크로 크리에이터 1명이 제작한 콘텐츠가 650만 뷰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또 다른 브랜드는 4개월간 꾸준한 시딩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아마존 매출이 이전 대비 3배 성장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이는 화려한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실제 구매 전환으로 이어지는 '진성 팬덤'을 공략한 결과로 풀이된다.
피키의 성장세 뒤에는 강력한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매달 1만 명 이상의 신규 크리에이터가 피키의 문을 두드린다. 플랫폼이 크리에이터를 섭외하러 다니는 구조가 아니라, K-뷰티 제품을 체험하고 싶어 하는 글로벌 창작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특히 영어권에 국한되지 않고 스페인어 등 다국어 대응이 가능한 팀 역량은 히스패닉 시장 등 거대 뷰티 마켓 공략에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다만, 급변하는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과 점차 까다로워지는 글로벌 플랫폼의 광고 가이드라인은 피키가 넘어야 할 과제다. 단순히 양적인 콘텐츠 생산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질적 관리를 어떻게 자동화 시스템 내에서 유지하느냐가 향후 지속 성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지홍 피키 대표는 "이번 투자를 발판 삼아 K-뷰티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장을 거둘 수 있도록 솔루션을 고도화할 것"이라며 "내년 3월까지 시리즈A 라운드를 최종 마무리하며 커뮤니티 확장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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