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인 ‘슈퍼뱅크’로 첫 해외 투자 수확을 거둔 가운데 상장 이후 줄곧 부진했던 주가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슈퍼뱅크가 현지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건 의미가 크다.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카뱅이 자체 노하우를 전수해 성공한 사례인 만큼 해외 영토 확장 가능성을 맛본 셈이어서다.
성공적인 해외 투자에 첫발을 내디딘 카뱅은 기업가치를 실질적으로 제고할 일만 남았다. 카뱅은 상장 전 높은 기대감을 모으며 공모가 대비 흥행했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해왔다.
슈퍼뱅크, 상장 첫날 기업가치 2조4000억원
국내 증권시장에서 상장 이래 조용했던 카뱅이 호재를 맞았다. 카뱅은 첫 글로벌 투자처인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Superbank)’가 지난 17일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고 밝혔다.
슈퍼뱅크는 상장 첫날 기업가치가 2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카뱅이 슈퍼뱅크에 첫 투자를 단행한 2023년 당시 기업가치가 9000억원이었던 데 비하면 2.6배로 성장한 수준이다.
이로써 카뱅이 2023년 10월 그랩(Grab)과 동남아시아 사업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슈퍼뱅크에 투자한 지분도 가치가 덩달아 올랐다. 카뱅은 그해와 이듬해 두 차례에 걸쳐 슈퍼뱅크에 1140억원을 투자했는데 상장 이후 예상되는 지분 가치는 2044억원에 달한다.
카뱅에 따르면 슈퍼뱅크는 청약 신청에 100만건 이상 주문이 몰려 3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상장 당일 주가도 급등해 공모가인 주당 635루피아(18일 기준 원화 56.07원)보다 약 25% 상승해 상한가를 기록했다.
디지털 노하우 전수한 카뱅 한몫
슈퍼뱅크 상장이 카뱅에 의미가 큰 건 단순히 지분 투자 때문만이 아니다. 슈퍼뱅크가 사업을 개시한 지 1년 6개월 만에 상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카뱅이 전수한 글로벌 진출 전략이 자리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카뱅은 고비용, 고위험이 따르는 M&A(인수합병) 대신 기술 기반인 ‘스마트 전략’으로 글로벌 진출을 향한 새 지평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전통 은행권이 현지 소규모 은행을 인수·합병해 동남아시아에 진출해온 관행을 깨고 핵심 모바일 기술을 이식하는 해법을 택했단 점에서다.
카뱅은 슈퍼뱅크가 런칭하는 과정부터 상품 및 서비스 출시, 모바일 앱 UI·UX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이어왔다. 특히 카뱅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나온 ‘Kartu Untung(카르투 언퉁)’은 행운카드란 명칭 의미에 맞게 고객이 5만 루피아를 저축하면 매일 앱에서 캐시백 경품 등을 뽑을 수 있는 상품으로 출시 2주 만에 10만명 돌파란 성과를 냈다.
이로써 카뱅이 얻은 결실은 상품 개발에 직접 참여해 동남아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카뱅은 이달 기준 슈퍼뱅크 주식 29억3404만주를 약 8.7% 보유한 5대 주주다. 최상위는 아니지만 카뱅은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기술력과 사용자 기반을 토대로 향후 동남아 시장 진출에 유리한 기반이 만들어진 셈이다. 지분율이 비슷한 싱가포르 기반 디지털 금융 및 투자사인 GXS Bank나 A5-DB Holdings 등과 협력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카뱅에도 기업가치 제고 기회
카뱅 노하우를 전수받은 슈퍼뱅크가 2년만에 상장과 흑자 달성이란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카뱅은 한국 금융 수출의 새로운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를 통해 카뱅이 내심 가장 기대할 수 있는 건 자사 기업가치 제고다. 이번 슈퍼뱅크 관련 카뱅 윤호영 대표 발언에서도 기대감이 엿보인다.
카뱅 윤호영 대표는 “카카오뱅크에 최적화된 글로벌 진출 방식을 수립해 결실을 내보임으로써 모바일 금융 기술력에 기반한 글로벌 사업 확장의 경쟁력과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카카오뱅크가 미래 은행의 성공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글로벌 디지털뱅킹 네트워크를 구축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언급했다.
국내 금융권과 비교해 카뱅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지난 9월 기준 1.50배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21년 상장 당시 공모가 산정에서 디지털 은행 프리미엄으로 PBR이 7.3배에 달해 고평가 논란도 있었다는 점에선 안정된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상 주가 부진에 따른 상황인 게 현실이다.
카뱅은 18일 12시 45분 기준 주가가 2만1100원이다. 상장일인 지난 2021년 8월 6일 공모가가 3만9000원이었고 시초가는 38% 오른 5만3700원에 형성되며 6만9800원에 종가로 마감한 이래 같은 달 20일 최고가로 9만44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10월 28일 1만5800원으로 최저가를 기록한 이래 2만원선을 유지하며 공모가 수준엔 못 미치고 있다. 카뱅이 기업가치를 다시 끌어올릴지 주목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카뱅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글로벌로 투자를 한 첫 사례”라며 “흑자전환하고 상장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데 슈퍼뱅크는 빠른 시간 내에 성장했고 거기에 카뱅의 역할이 있었다고 보고 성공적인 투자였다고 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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