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의 시선이 인도로 쏠리면서 한국 금융사들의 진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인도가 제조업 육성 정책과 높은 경제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신흥 금융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은행·캐피탈·핀테크를 가리지 않고 인도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은 최근 인도 현지 영업망 확충과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달 초 인도 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데바나할리와 뭄바이에 신규 지점을 개설했다. 지난 2015년 첸나이, 2019년 구루그람에 지점을 개점한 이후 4개까지 거점을 늘린 것이다. 신한금융과 KB금융도 은행 지점을 각각 6곳, 3곳 보유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은행을 넘어 그룹 차원의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푸네와 아메다바드에 지점을 추가로 개설하며 인도 내 영업망을 5곳으로 확대했다. 동시에 인도 최대 대기업인 타타모터스와 글로벌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기업금융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계열사인 우리금융캐피탈을 중심으로 특화 금융 상품을 출시하며 상용차 금융 시장 공략에 나섰다.
캐피탈사들 사이에서도 인도 시장은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히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인도 내 금융법인을 내년 하반기 출범한 뒤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현재는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자문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금융법인 전환 이후 관련 금융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핀테크 분야에서는 이미 성과를 낸 사례도 있다. 인도 제도권 금융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 어피닛(前 밸런스히어로)은 인도 시장을 중심으로 5년 연속 연평균 100% 수준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매출은 2020년 91억원에서 지난해 149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누적 다운로드 수는 1억건을 돌파했다. 총 금융 상품 중개 금액은 약 2조원으로 집계됐다.
한국 금융사들이 인도로 몰리는 배경에는 규제 환경 변화가 있다. 인도 규제 당국이 외국계 기업의 대규모 지분 취득에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투자 장벽이 낮아졌다. 이에 따라 세계 자본도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외국 기업이 참여한 인도 금융 부문 거래 규모는 8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규모인 23억 달러 대비 4배 이상의 성장세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인구 규모와 경제 성장세에 비해 금융 침투율이 아직 낮아 은행·캐피탈·핀테크 전반에서 성장 여지가 큰 시장”이라며 “외국계 금융사에 대한 규제 환경이 완화되고, 디지털 인프라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다양한 금융 서비스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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