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독자 개발한 GLP-1 계열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오토인젝터주(HM11260C)'에 대해 국내 품목허가 신청을 완료하며 상업화와 후속 가치 확장 전략에 본격 착수했다. 단일 신약 출시를 넘어 적응증 확대와 제형 혁신, 디지털 기술 결합까지 아우르는 중장기 '밸류업' 구상이 구체화되는 단계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17일 에페글레나타이드 오토인젝터주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해당 신약은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제도(GIFT) 대상에 지정된 바 있으며, 지정 이후 비교적 빠른 시점에 허가 신청이 이뤄졌다. GIFT는 치료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개선 가능성이 높은 혁신 신약을 대상으로 심사 절차를 지원하는 제도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계열 중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후보물질로, 비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체중 감소 효과와 비교적 안정적인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임상 결과를 토대로 비만 치료제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동시에, 후속 개발을 통한 제품 수명 주기 관리 전략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가 강조하는 전략의 핵심은 'Life Cycle Management(LCM)'이다. 단일 적응증에 그치지 않고, 당뇨병을 포함한 대사질환 전반으로 치료 영역을 확장하고, 투여 편의성을 높인 다양한 제형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치료 접근성을 넓히겠다는 방향이다. 이는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비만·당뇨 치료제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복합 치료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확장하기 위한 병용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SGLT-2 저해제와 메트포르민을 병용하는 임상으로, 혈당 조절 효과와 함께 체중, 심혈관 및 신장 관련 지표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 측은 해당 임상을 통해 비만과 당뇨를 분리된 질환이 아닌 연속선상에 있는 대사질환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당뇨 적응증 허가 목표 시점은 2028년으로 설정돼 있다.
제형 측면에서도 확장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오토인젝터 외에도 프리필드시린지(PFS), 멀티펜 등의 개발이 거론된다. 이는 환자의 투여 편의성과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장기 복용이 필요한 만성질환 치료제의 특성을 고려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축은 디지털융합의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와 디지털 의료기기를 결합해 운동, 근력 유지, 생활습관 개선을 지원하는 통합 관리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단순히 체중 수치 감소에 집중하기보다, 근육량 감소나 요요 현상 등 비만 치료 과정에서 제기되는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관련 개발은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을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맞춤형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의약품(OTC) 패키지 구성도 검토되고 있다. 이는 의료 영역과 소비자 건강 관리 영역을 연결해 장기적인 고객 접점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회사 측은 이러한 확장 전략이 치료제의 효능을 대체하거나 과도하게 강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보조적 관리 수단으로 설계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허가 신청을 계기로 한미약품이 비만·대사질환 분야에서 연구개발 중심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GLP-1 계열 치료제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만큼, 차별화된 임상 데이터와 후속 개발 전략의 실행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번 허가 신청은 특정 제품 출시를 넘어, 장기적인 연구개발과 치료 전략의 출발점"이라며 "비만과 대사질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을 단계적으로 제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임상 데이터와 안전성을 기반으로 의료 현장에서 신뢰받는 치료제가 될 수 있도록 후속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실제 허가와 출시로 이어질 경우, 국내에서 개발된 GLP-1 계열 신약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비만·대사질환 치료 패러다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동시에 허가 이후의 가격, 접근성,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도 역시 중요한 검증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