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최재혁 기자]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유명한 격언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욕심을 낼 때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라. 2025년 말 현재, 이 경고가 전 세계 자본시장을 향해 다시 한번 울리고 있다. 시장의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대표적 지표인 버핏 지표가 역사상 최고치인 209%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이 수치는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보다 높다. 오마하의 현인이 현금 보유량을 사상 최대치로 늘리고 있는 지금, 시장은 역대급 거품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일까, 아니면 AI가 이끄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의 초입에 있는 것일까. 버핏 지표가 보내는 신호의 의미와 2026년 자산시장의 방향을 분석한다.
■버핏 지표 209%, 무엇을 말하는가
버핏 지표는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값이다. 버핏 본인이 2001년 포춘지 인터뷰에서 어느 한 시점에서 밸류에이션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좋은 단일 척도라고 언급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이 수치가 100%를 넘으면 과대평가, 80% 미만이면 저평가로 간주한다. 현재 미국 증시의 버핏 지표는 200%를 훌쩍 넘겼다. 이론적으로는 극단적인 고평가 구간이다.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이 지표는 140%대에서 정점을 찍었고,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는 110%대였다. 지금의 209%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비관론자들은 현재 시장이 AI라는 환상에 취해 있다고 지적한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소수의 빅테크 기업들이 전체 지수를 끌어올리는 착시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S&P500 전체 시가총액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쏠림 현상은 역사적으로도 이례적이다. 과거 닷컴 버블 당시에도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믿음이 밸류에이션을 무시하게 만들었지만, 결과는 처참한 폭락이었다. GDP라는 실물 경제가 받쳐주지 못하는 주가 상승은 결국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 버핏 지표가 주는 핵심 메시지다.
■이번에는 다른가, 낙관론의 근거
반면 낙관론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2000년의 기술주들은 꿈만 있었지만, 2025년의 빅테크들은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대형 기술주들은 매 분기 수백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AI가 가져올 생산성 혁명이 GDP 자체를 비약적으로 성장시킨다면,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버핏 지표 자체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기업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크게 늘어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S&P500 기업들의 해외 매출 비중은 40%를 넘는다. 미국 GDP만을 분모로 사용하면 글로벌 기업들의 가치가 과대평가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금리 환경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과거보다 낮아진 금리 수준은 자산 가격의 상승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한다.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말처럼 투자자에게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말도 없다. 역사적으로 이 문장은 버블의 정점에서 항상 등장했다. 209%라는 숫자가 뉴노멀인지 거품인지는 결국 시간이 증명하겠지만, 경계심을 늦추기에는 위험한 수준인 것만은 분명하다.
■2026년 거시경제 전망, 변동성의 귀환
2026년 경제 전망의 핵심 키워드는 변동성의 귀환이다. 지난 2년간 시장을 지배했던 골디락스 환경, 즉 적당한 성장과 낮아지는 인플레이션의 조합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금리 측면에서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었으나, 인플레이션의 불씨는 여전하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 탈세계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 비용 등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6년에는 저금리 시대로의 회귀보다는 3~4% 수준의 중금리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과 가계에 지속적인 부담을 줄 것이다. 성장 측면에서도 낙관하기 어렵다. AI 투자의 과실이 실제 GDP 성장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한다. 대규모 설비 투자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실물 경기가 일시적으로 둔화되는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 기업들의 AI 관련 자본지출이 당장의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실적 기대치 하향 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자금의 대이동, 2026년 돈은 어디로 흐르는가
버핏 지표의 경고를 수용한다면, 2026년 투자 전략은 공격보다 수비와 분산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유동성 파티가 끝나고 자산시장의 재편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에서는 성장에서 퀄리티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무조건적인 성장주 매수 시대는 저물고 있다. 2026년에는 강력한 현금흐름과 독점적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만이 밸류에이션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AI 인프라의 실질적 수혜주인 전력, 냉각 시스템, 데이터센터 리츠와 함께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등 방어적 성격을 띤 우량주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꿈을 파는 기업보다 실적을 내는 기업이 선택받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다. 채권시장의 매력도 부각되고 있다. 금리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구간에서 채권은 이자 수익과 자본 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자산이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채권은 포트폴리오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미국 국채와 투자등급 회사채에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4% 이상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미국 국채는 위험 대비 수익 측면에서 매력적인 대안이다. 대체투자 영역에서는 금과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전망이다. 화폐 가치 하락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지속되는 가운데, 디지털 금으로 자리 잡은 비트코인도 포트폴리오의 헤지 수단으로 편입되는 추세다.
■바벨 전략, 2026년을 위한 투자 로드맵
버핏 지표가 주는 경고에 질려 시장을 완전히 떠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2026년을 위한 최적의 전략은 극단적인 안전함과 선별적인 고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바벨 전략이다. 우선 현금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현금 보유량을 사상 최대치인 3000억 달러 이상으로 늘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폭락장은 현금 보유자에게 매수 기회가 된다. 포트폴리오의 20~30%는 현금성 자산으로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어 자산으로는 글로벌 분산 투자가 유효하다. S&P500이나 전 세계 주식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를 통해 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추구하되, 적립식 매수로 매입 단가를 평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 번에 큰 금액을 투자하기보다 분할 매수로 타이밍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위성 자산으로는 하락장 시나리오에 대비한 국채와 금을 편입하고, 성장 동력이 확실한 AI 반도체 및 바이오 섹터의 선두 기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다. 핵심은 분산이다. 어느 한 자산군에 올인하기보다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중요하다.
■파티가 끝난 후를 준비하라
209%라는 숫자는 분명 역사적인 과열 신호다. 버핏 지표가 이 수준에 도달했을 때 시장이 큰 조정을 겪었던 역사적 경험을 무시하기 어렵다. 2026년은 그 대가를 치르는 해가 될 수도, 혹은 AI가 만든 새로운 경제 지형이 확인되는 해가 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낙관 편향을 버리고 냉철하게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버핏이 현금을 쌓고 있는 지금, 개인 투자자들도 욕심보다 두려움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장이 영원히 오르지 않듯, 영원히 내리지도 않는다. 2026년의 성과는 지금의 준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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