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서 생기는 암세포를 찾아 죽이는 면역세포의 대표 주자가 NK세포(자연살해세포)다. NK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암으로 변한 세포를 미리 학습 없이 바로 찾아내 없애는 선천면역 세포다. 그런데 자연살해세포가 어떤 이유로 제 기능을 못하면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암을 치료하는 방법 중에서 NK세포가 제 기능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몇 가지 있는데, 체세포를 NK세포로 바꿔 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조이숙 면역치료제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이 기존 면역치료로는 충분한 효과를 내기 어려웠던 난치성 질환, 특히 암을 보다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dr NK세포(direct reprogramming Natural Killer cell, 직접 전환 NK세포)’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대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Hematology and Oncology(혈액학 및 종양학 저널)’에 11월 13일 게재됐다.
NK세포는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즉각적으로 인식해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NK세포는 체내에서 오래 살아남기 어렵고 암 조직 안으로 잘 침투하지 못하며 암세포의 강한 방어 환경에 의해 기능이 쉽게 약화된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치료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NK 세포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접근법에 주목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피부나 혈액 등에서 얻은 일반 세포(체세포)를 다양한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줄기세포 단계로 되돌리지 않고 곧바로 NK세포로 전환하는 ‘직접 리프로그래밍’ 기술이다.
먼저 직접 리프로그래밍 기술로 NK 세포로의 분화를 억제하는 특정 유전자(BCL11B)를 조절해 짧은 시간 안에 기능이 강화된 NK세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NK세포는 기존 NK세포에 비해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는 능력이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이 세포를 drNK 세포로 명명했다.
drNK 세포를 활용한 실험 결과 암세포 살상 능력과 체내 지속성이 함께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drNK 세포의 실제 치료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대표적인 난치암인 췌장암을 연구 모델로 선택했다. 췌장암은 암세포 주변에 단단한 방어 환경이 형성돼 면역세포가 잘 침투하지 못하고 현재의 면역항암치료도 충분한 효과를 내기 어려운 암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drNK 세포가 췌장암 세포를 보다 정확하게 찾아 공격할 수 있도록 ‘CAR(키메라 항원 수용체)’라는 표적 인식 장치를 추가로 도입했다. 특히 췌장암 세포 표면에 많이 존재하는 ‘메소텔린(Mesothelin)’을 인식하도록 설계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맞춤형 NK 세포를 구현했다.
이 세포를 ‘MSLN-drNK’로 이름 붙였다. 메소텔린은 정상 조직에서는 거의 안 보이지만 특정 암에서는 과도하게 발현되는 세포막 단백질이다. 표적항암제·면역치료 연구의 핵심 표적이다.
연구팀은 암세포 자체의 방어력을 약화시키는 전략도 함께 적용했다. 췌장암 세포가 면역 공격을 회피하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인 ‘PKMYT1’을 억제하자 암세포가 NK 세포의 공격에 더 취약해졌다. NK 세포와 암세포 간 결합과 인식 신호도 강화됐다. 그 결과 전체적인 항암 효과가 더욱 커졌다.
이번 연구는 더 강력한 NK 세포를 만들고 암세포를 보다 정확히 인식하게 하며 암세포의 방어 환경을 동시에 약화시키는 세 가지 전략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접근은 췌장암뿐 아니라 다양한 고형암과 난치성 질환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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