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가 FA 보상 규정을 피할 여지가 있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규약을 개정할 전망이다. 이 문제는 김재환(오른쪽)의 방출 후 SSG 이적으로 촉발됐다. 사진제공ㅣSSG 랜더스
프리에이전트(FA) 보상 규정을 비웃는 계약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KBO는 2026시즌 개막 전까지 FA 보상 규정을 피할 여지가 있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규약을 개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10개 구단 단장은 15일 진행된 KBO 실행위원회(단장 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 문제는 김재환(37·SSG 랜더스)이 2021시즌 이후 두산 베어스와 체결한 계약으로 인해 촉발됐다. 당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김재환은 4년 최대 115억 원에 두산과 계약했다. 그러나 당시 구단과 선수 측의 온도차가 생각보다 컸던 까닭에 두산은 김재환에게 유리한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4년 계약이 끝나는 2025시즌 이후 두산과 우선 협상을 진행하되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준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김재환은 2025시즌이 끝난 뒤 2번째 FA 자격을 얻었지만,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산과 비(非) FA 다년계약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대로 김재환은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다. 김재환이 FA 권리를 행사했다면 보상 등급은 ‘B’로 인적 보상(보호선수 25인 외 1명+2025시즌 연봉 100%)이 발생했겠지만, 아무런 보상 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SSG 유니폼을 입게 됐다. 비난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으나, 규정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보상 규정을 적용받지 않으면 선수의 이적은 훨씬 자유로워진다. 그러나 이는 KBO의 규약을 비웃는 일종의 편법이기에 어떻게든 개선이 필요하다. KBO도, 구단도 제도의 허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김재환 사례 이외에도 FA 보상 규정을 우회할 수 있는 편법이 적지 않아 제도를 면밀히 살피고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수도권 구단 단장도 17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지만, 보완해야 할 내용이 워낙 많다. KBO도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KBO는 내년 1월 한 차례 더 실행위원회를 열고 세부 내용을 논의할 전망이다. 내년 2월에는 이사회(사장 회의)를 열고 안건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KBO 핵심 관계자는 “아직 제도 개선안에 대한 윤곽이 완벽하게 드러난 건 아니다. 복잡한 사안이기에 더 구체적인 내용까지 살펴보고 보완해야 한다”면서도 “늦어도 내년 2월에는 이 문제에 대해 결론짓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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