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도피' 하시나 전 총리 송환 문제 등 놓고 마찰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시위로 정권을 잃고 인도로 도피한 셰이크 하시나(77) 전 방글라데시 총리의 송환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어온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서로 상대국 대사를 초치, 항의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NDTV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인도 외교부는 전날 무함마드 리아즈 하미둘라 인도 주재 방글라데시 대사를 초치, 방글라데시 주재 인도대사관에 대한 위협과 방글라데시 정치 지도자들의 선동적인 반(反) 인도 발언에 대한 외교적 항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성명에서 "특히 다카 주재 인도대사관 주변에 안보 위협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발표한 일부 극단주의 세력의 활동에 대해 주의를 환기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방글라데시 다카의 인도대사관 근처에서는 시위대가 인도를 향해 하시나 전 총리 송환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21년간 집권한 하시나 전 총리는 지난해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해 유엔인권사무소 추산 최대 1천400여명의 사망자를 낸 뒤 같은 해 8월 사퇴하고 인도로 도피했다.
지난달 방글라데시 법원은 하시나 전 총리에 대한 궐석 재판에서 시위 유혈 진압에 따른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다.
이에 방글라데시 정부는 그의 송환을 요청하고 있지만 인도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 초치는 최근 방글라데시가 주방글라데시 인도 대사를 초치한 데 따른 맞대응으로도 보인다.
앞서 지난 14일 방글라데시 외교부는 프라나이 쿠르마 베르나 주방글라데시 인도 대사를 초치, 최근 하시나 전 총리가 내년 2월 예정된 방글라데시 총선 방해를 선동하는 발언을 했고 인도 정부가 이를 용인했다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인도 외교부는 전날 성명에서 "우리는 방글라데시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하며,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포용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선거가 치러지기를 일관되게 촉구해 왔다"면서 "(방글라데시) 과도정부가 외교적 의무에 따라 방글라데시 주재 공관과 대사관의 안전을 보장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도 측은 또 지난해 하시나 정권을 무너뜨린 방글라데시 학생 시위대가 주도하는 국민시민당(NCP)의 지도자인 하스낫 압둘라의 최근 발언을 문제 삼고 있다.
압둘라는 최근 집회에서 방글라데시 학생 시위 지도자 샤리프 오만 하디가 최근 총격을 당한 배후에 인도가 있다고 주장하고 인도 북동부 7개 주가 "인도로부터 분리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방글라데시와 맞닿은 인도 북동부 7개 주는 '닭의 목'으로도 불리는 폭 20㎞ 안팎의 좁은 회랑 지대 '실리구리 회랑'으로 간신히 인도와 연결돼 있어 지정학적 취약 지역으로 꼽힌다.
무함마드 유누스 최고고문(총리격)이 이끄는 방글라데시 과도정부는 내년 2월 12일 총선을 실시, 하시나 전 총리의 퇴진 이후 어수선한 방글라데시 국정을 정상화할 계획이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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