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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성평등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29일부터 5회에 걸쳐 진행된 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이하 토크콘서트)이 17일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열린 마지막 행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5차 콘서트는 ‘종합토론과 2026년 청년 소통 운영 방안’을 주제로, 앞서 열린 1~4차 행사에서 제기된 청년 세대의 성별 인식 격차 논의를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청년들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별 불균형, 사회적 성 역할 기대, 인식의 차이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성역할에 대한 기대와 인식에서는 성별에 따라 뚜렷한 온도차가 드러났다. 여성 참가자들은 대인서비스나 보조업무 등 특정 업무를 여성에게 당연시하는 조직 문화에 대한 불만을 표했고, 남성 참가자들은 육체노동이나 위험 업무가 남성에게 전가되는 구조를 지적했다.
예컨대 30대 여성 참가자는 “네트워크 기술자로 입사했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데스크 업무를 지시받았다”고 밝혔고, 20대 남성 참가자는 “직장에서 힘쓰는 일이나 출장 업무는 자연스레 남성에게 배정된다”고 말했다.
결혼과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도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여성은 결혼과 출산이 경력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반면, 남성은 육아휴직을 쓰는 것 자체에 대한 조직의 부정적 인식이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남성 참가자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유별나다는 시선을 받는다”며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차별 인식에 있어서도 간극은 컸다. 여성은 젠더폭력 피해자 다수가 여성이라는 점, 성적 자기결정권이 무시되는 현실, 유리천장과 경력 단절 등을 차별의 주요 요인으로 들었다. 반면 남성은 병역 의무와 함께 젠더폭력 논의에서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되는 사회적 시선을 차별로 인식한다고 밝혔다.
여대와 여성 가산점 등 여성 특화 제도에 대해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여성의 진출이 부족한 분야에서는 가산점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역으로 여성 역량에 대한 불신과 제도 악용 우려를 제기하는 주장도 나왔다. 여대에 대해서는 여성 리더십 형성과 안전한 교육 환경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입장과, 사회적 분리 구조를 고착화한다는 반대 의견이 부딪혔다.
성평등부는 이번 토론에서 제기된 논의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청년세대 성별균형 문화 확산 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성별 불균형 사례와 의제를 청년들이 직접 발굴하고 정책 대안을 도출하는 ‘청년 공존·공감 네트워크’가 핵심이며, 온라인 제안제도도 함께 운영해 국민이 직접 성별 불균형 사례와 아이디어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행사가 논의의 깊이나 균형 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여성할당제 등 기존의 실질적 성평등 정책들이 충분한 맥락 없이 비판의 대상이 되며, 결국 남녀 간 인식 차이만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그간 전문가나 언론 중심으로 이뤄지던 논의에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해, 허심탄회하게 경청하고 공감하며 경험을 공유한 데 의의가 있다”며 “이는 해묵은 과제를 풀어가기 위한 출발점이자, 보다 발전된 성별 인식 논의 구조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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