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홍민정] 가상자산 시장이 장기 부진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때 하루 평균 7~8조원에 달했던 국내 가상자산 거래대금이 1조원대로 급감해 올해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조정과 함께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시장 전반의 유동성도 빠르게 마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시황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고팍스·코빗)의 24시간 거래대금은 11억1669만 달러(약 1조6499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연중 최고치였던 지난 1월 9일 기록한 176억8343만 달러 대비 약 16분의 1에 불과하다. 약 1년 만에 거래대금이 93.68% 급감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가상자산 가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투자자금이 주식시장 등 다른 자산군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주말 사이 비트코인이 8만8000달러 선마저 이탈하면서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도 다시 3조 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15일 기준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은 약 2조9900억 달러로, 지난 3일 이후 약 2주 만에 다시 3조 달러 선이 붕괴됐다. 비트코인 가격 역시 지난 7일 이후 8일 만에 8만8000달러 선을 하회했다.
시장에서는 주요 거시경제 지표 발표를 앞둔 경계 심리가 위험자산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주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셧다운 여파로 발표가 지연됐던 비농업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CPI), 소매판매 지표가 한꺼번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변동성 확대를 우려한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가상자산 시장에 하방 압력을 더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오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 0.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내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을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바클레이즈는 최근 발표한 연말 보고서에서 “코인베이스(COIN), 로빈후드(HOOD) 등 주요 플랫폼의 핵심 수익원인 현물 시장 거래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며 “현물 거래 위축과 함께 개인 투자자 수요 역시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블랙록과 로빈후드 등이 토큰화 시장 관련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시장 전반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2024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나 같은 해 11월 친(親) 비트코인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같은 굵직한 이벤트가 재현되지 않는 한, 당분간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적 성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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