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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패션연구소는 패션 산업 전문 리서치 조직으로 국내외 시장 환경과 동향 데이터를 심층 분석한다. 매년 연말 국내 패션 산업의 주요 현안과 내년 전망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올해 패션산업 10대 현안 중 첫 번째는 ‘Bearing Tough Seasons:버티며 나아가는 패션 마켓’이다.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되고 이상 기온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가격 민감도까지 증가하면서 패션은 가장 먼저 소비 축소 대상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패션업계는 핵심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고 비효율 브랜드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면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와 내년 패션시장 규모를 각각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11월 기준 2%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높은 성장세는 아니다.
두 번째는 ‘Abroad Brand Wave:해외 브랜드 국내 진입 러시’가 선정됐다.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아시아 전역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테스트 베드’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일본 브랜드들의 인기가 눈에 띈다. ‘유니클로’와 ‘니들스’ 협업 상품은 발매 당일 오픈런을 일으켰고, 도쿄 기반 컨템퍼러리 브랜드 ‘캡틴 선샤인’은 지난 10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첫 단독 매장을 열며 국내 사업의 본격화를 알렸다.
세 번째는 ‘Category-Driven Growth:다각도 확장으로 성장 시도’로,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의류 중심이던 패션 브랜드들이 가방, 신발, 볼캡, 아이웨어 등 잡화 품목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 남성복 브랜드의 여성 라인 출시, 여성복 브랜드의 남성복 진출 등도 같은 맥락이다.
네 번째는 ‘K-Fashion‘s Global Momentum:K-패션, 글로벌 성장 동력 강화’이다. 내수 부진에 국내 패션업계는 해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패션 대기업은 주력 브랜드를 중심으로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까지 진출 범위를 넓히고 있고, 일찍이 해외 진출에 나선 신진 브랜드는 이미 진출한 국가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지역을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다. ‘마뗑킴’은 아시아를 넘어 미국 아마존 및 동유럽 편집매장에 입점했고 ‘마르디 메크르디’ 역시 아마존에 진출하고 중화권 사업을 직영으로 전환했다.
‘Frugal Chic Mindset:검소하지만 세련된 요즘 소비자’는 다섯번째 키워드로 꼽혔다.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선 필수재에 가까운 기본 티셔츠나 내의 등을 구입할 때 물리적, 가격적 접근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가, 유통마진, 브랜드 가치 등을 다양하게 분석해 자신만의 초합리성을 추구하는 ‘프라이스 디코딩’ 행태가 보인다.
여섯번째로는 ‘IP Synergies Everywhere:IP, 산업 전반으로 영향력 확장’이다. 대형 IP가 글로벌 인기를 업고 더욱 강력하고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된 점이 특징적이다. 이어 일곱번째는 ‘Locality Boost:상권별 특색 강화’로, 최근 소비자들은 상권마다 기대하는 경험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방향으로 변화 중이다. 이에 따라 상권별로 집중되는 브랜드 유형도 점차 분명해져 이를 유념해 출점 전략을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여덟번째는 ‘Limitless Running Fever:천만 러너 시대, 러닝 플레저에 빠진 소비자’, 아홉번째는 ‘Enhanced Climate-Readiness:기후 대응력 강화’가 꼽혔다. 올해는 러닝이 두각을 나타냈는데, 패션업계에서도 관련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고,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면서 기후 대응을 강화하는 브랜드들의 행보도 올해 이어진 모습이다.
마지막 열번째는 ‘Demand for Multi-Styling:멀티 스타일링이 중요한 시대’다. 나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합리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하나의 아이템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멀티 스타일링’에 주목하면서 업계에서는 멀티웨이 상품들을 출시하는 흐름을 보였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2025년 국내 패션 업계는 과도한 확장보다 효율화, 안정적인 운영에 주목했고, 이는 글로벌 불확실성과 부진한 내수 환경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면서 “어려운 경영환경에 따라 발생한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 한 해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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