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주문 제작 비중이 높은 조선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용접 로봇 수준을 넘어 사람의 지시 없이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피지컬 AI’ 수준의 자동화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최근 각각 AI전담 부서를 신설·개편하고 스마트조선소 구축에 나섰다. 스마트조선소는 설계부터 생산, 검사, 운항까지 전 공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HD현대는 ‘미래형 조선소(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로봇 기반으로 생산성과 공기를 30%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조선소를 3D 디지털 모델로 구현해 모든 공정을 실시간으로 확인·관리하는 1단계를 완료했으며, 현재 2단계가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그룹 내 산재해 있던 AI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AI 전담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격상해 출범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로보틱스는 이날 업무협약을 맺고 조선소 주요 생산라인에 로봇·비전·AI 기반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는 맞춤형 솔루션 공동 개발에 나서며, FOS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도 스마트 야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기반 드론 계측과 자동화 검사, IoT 자재 추적 시스템 등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용접·가공 로봇 확대로 자동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2030년까지 총 3000억원을 투입한다. 특히 한화오션은 미국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도 적용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경영전략실 산하에 신설한 인공지능·디지털 전환(ADX)총괄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조선소 전반의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해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스마트 플랫폼 ‘전사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SYARD)’이 핵심이다.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원격 품질검사, 디지털트윈과 3D 모델링 기술을 활용한 무도면 생산과 챗봇 시스템 등도 최근 도입했다.
스마트조선소 구축이 진전되면 설계와 안전관리 등에서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자동화 수준이 아직 용접 로봇 등 단순 작업에 머물러 있어 이를 고도화하는 것은 과제로 꼽힌다. 조선업은 산업 규모가 크고 주문 제작 비중이 높아 공정이 복잡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의 지시 없이 로봇이나 드론이 작업을 수행하는 피지컬 AI를 도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인 카이스트 AI 대학원 교수는 “인력은 줄고 글로벌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피지컬AI 도입은 필수적”이라며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 자동화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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