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선재 출하 공정에 로봇을 도입하며 생산·출하 현장의 자동화와 스마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반복 작업과 인적 오류 가능성이 컸던 태그 부착 공정을 무인 시스템으로 전환해 작업 정확도를 높이고, 현장 안전 개선에도 나섰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11월 당진 특수강 소형압연 공장의 선재 코일 출하 라인에 '선재 태깅 로봇'을 도입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제품 이력과 규격 정보가 담긴 태그를 자동으로 부착하는 이 시스템은 국내 철강 현장에 처음 적용된 사례로, 출하 공정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선재 태그 부착 작업은 제품 식별과 추적 관리에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그동안 작업자의 수작업에 의존해 왔다. 이로 인해 태그 오부착이나 강종 혼재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고, 작업자가 중량물 근처에서 반복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안전 부담도 존재했다. 현대제철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출하 공정의 무인·자동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이번 로봇 도입도 그 일환이다.
선재 태깅 로봇 시스템은 조립로봇과 부착로봇을 중심으로 컨베이어, 코일 고정장치, 안전 펜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조립로봇이 출력된 제품 태그에 클립을 결합하면, 선재 코일은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해 고정장치 위에 놓인다. 이후 부착로봇이 선재를 스캔해 정확한 부착 위치를 인식하고 태그를 자동으로 부착하는 방식이다. 전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면서 작업자의 개입은 최소화됐다.
현대제철은 이번 시스템 구축을 위해 철강산업 자동화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해 온 이탈리아의 전문 기업과 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약 2년에 걸쳐 현장 환경에 맞는 로봇 설계와 공정 연계를 검토했으며, 최근 최종 성능 테스트를 통과해 현장 배치를 마쳤다. 특히 로봇 가동 구역과 작업자 동선을 명확히 분리해 안전사고 예방에 중점을 둔 점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철강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 제조 흐름의 한 단면으로 보고 있다. 고온·중량물 작업이 많은 철강 현장에서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는 생산 효율성뿐 아니라 안전 관리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 반복 작업을 로봇이 대체하면서, 작업자는 공정 관리와 품질 점검 등 보다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변화의 한 축으로 꼽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선재 태그 부착 작업을 자동화하면서 작업 오류를 줄이고 현장 안전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생산·검사·출하 전반에서 로봇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공정 개선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앞서 인천 공장에 고온 상태의 빔 블랭크 치수와 표면 온도를 자동으로 분석하는 로봇을 도입하는 등 주요 공정에 스마트 기술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왔다. 이번 선재 태깅 로봇 도입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으로, 철강 제조 현장의 작업 방식이 점차 자동화·지능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계에서는 향후 철강 공정의 경쟁력이 단순한 생산량을 넘어, 공정 안정성과 안전, 데이터 기반 관리 역량으로 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재 태깅 로봇과 같은 현장 중심의 자동화 사례가 축적되면서, 철강 산업의 스마트 전환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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