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민 당국이 남아공 백인의 미국행 난민 신청을 돕는 기관을 불시 단속했다.
이민 당국은 불법 취업 조사를 위해서라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난민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미국과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남아공 내무부는 전날 미국 난민 프로그램 신청을 처리하는 기관을 현장 단속해 이 곳에서 일하는 케냐인 7명을 불법 취업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체포된 케냐인들은 취업이 허용되지 않는 관광비자로 남아공에 입국한 뒤 일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민 당국은 이들이 미국 관리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지만 체포된 미국인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최근 미국 난민 프로그램 업무를 위해 남아공에 입국하려던 케냐인들이 비자 문제로 입국이 거부된 사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체포된 케냐인들에게는 추방 명령이 내려졌다. 이들은 앞으로 5년간 남아공에 입국할 수 없다.
이 기관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남아공 백인의 난민 신청 업무를 처리하는 곳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남아공 정부가 소수 백인 농민의 박해를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남아공 백인을 난민으로 인정해 미국 정착을 돕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백악관을 방문한 라마포사 대통령의 면전에서 남아공의 백인 농부 집단 살해 의혹을 주장하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케냐에 본사를 둔 RSC아프리카와 계약해 남아공 백인의 난민 신청을 처리하고 있다. RSC는 전 세계 난민을 지원하는 미국 기독교 비정부기구 '처치 월드서비스'(Church World Service)가 운영한다.
남아공 정부는 미국 측이 주장하는 '박해'는 사실이 아닌 만큼 남아공 백인이 난민 지위를 충족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이민 프로그램은 막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사건은 이미 악화한 워싱턴과 프리토리아(남아공의 행정수도) 간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이 미칠 파장을 의식한 듯 남아공 정부도 미국과 별도 협의 채널을 가동 중이다. 남아공 내무부는 "남아공 외교부가 미국·케냐와 공식적인 외교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rock@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