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5년 한 해가 어느덧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25년의 마지막 달인 12월도 중반을 넘긴 지금,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수고한 ‘나’ 자신을 토닥여줄 시간이다. 숨 가쁘게 달려온 열두 달, 이번엔 ‘책’으로 한 해를 정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올 한 해 나 자신을, 또한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작품과 작가들을 살펴보는 것도 연말과 제법 어울리는 이벤트가 될 것이다. 작품의 창작자이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작가들이 직접 뽑은 ‘올해의 소설’부터 40만 명이 넘는 독자가 선택한 ‘올해의 책’까지, 2025년을 관통한 문학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 소설가 50인의 선택…1위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
소설을 사랑하는 애독자이자 동료 창작자들에게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작품은 김애란 작가의 ‘안녕이라 그랬어’였다. 교보문고가 발표한 연말 결산 기획 ‘2025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은 소설가들이 한 해 동안 인상 깊게 읽은 작품을 직접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기획으로, 이번 결산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10월까지 출간된 국내외 소설 가운데 총 95권이 추천 목록에 올랐다.
김애란이 8년 만에 선보인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는 공간을 둘러싼 갈등과 관계의 딜레마를 성숙한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김애란은 앞서 ‘바깥은 여름’(2017년), ‘이중 하나는 거짓말’(2024년)에 이어 다시 한번 1위에 오르며 독자와 동료 작가 모두에게 신뢰받는 한국 문학의 대표 주자임을 입증했다. 그는 “언제까지, 어디까지 글이 닿을지 고민하던 시기에 이런 소식을 접해 더 각별하다”며 “가까우면서도 늘 어렵게 느껴졌던 동료 소설가들에게 감사드린다”고 교보문고를 통해 소감을 전했다.
2위에는 구병모의 ‘절창’이 올랐다. 독창적인 상상력과 실험적 서사를 바탕으로 타인이란 존재를 이해하려는 행위와 그 가능성 및 한계를 기이한 사랑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구 작가는 “몇 해 동안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라는 노랫말을 입에 달고 지냈다”며 “때로는 의심하고 주저하면서도, 이처럼 한 발 더 내딛을 용기를 얻는다. 균형을 잡아가며 다음 자리까지 나아가 보겠다”고 덧붙였다. 공동 3위에는 정이현의 ‘노 피플 존’, 이기호의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 김혜진의 ‘오직 그녀의 것’, 성해나의 ‘혼모노’가 이름을 올렸다.
■ 독자가 고른 올해의 책…성해나 ‘혼모노’
독자의 선택에서는 성해나의 ‘혼모노’가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발표한 ‘2025 올해의 책’ 1위로 선정된 이 작품은 모든 연령대와 성별에서 고르게 1위를 기록하며, 한 해 동안 가장 폭넓은 독자층의 선택을 받았다. 알라딘은 지난 11월5일부터 12월4일까지 약 한 달간 독자 투표를 진행했으며, 42만 6천여 명이 참여했다.
‘혼모노’는 현실의 불안과 욕망,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균열을 직설적인 문장과 밀도 높은 서사로 풀어낸 소설이다. 젊은 독자층에서는 캐릭터와 전개의 힘이, 중장년층 독자에게는 인간 관계의 윤리와 감정의 깊이가 공감을 얻었다. 이 작품은 교보문고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서도 공동 3위에 오르며 창작자와 독자의 선택을 동시에 받은 작품으로 기록됐다.
이외 ▲김금희 ‘첫 여름, 완주’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 ▲구병모 ‘절창’ ▲김영하 ‘단 한 번의 삶’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호의에 대하여’▲한강 ‘빛과 실’ 등 상위 10권 중 절반 이상에 한국소설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 SF문학의 대표주자인 김초엽의 ‘양면의 조개껍데기’는 젊은 여성 독자층의 지지를 받았고, 정치·사회 분야 도서와 에세이는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등 중장년 남성 독자층에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같은 기간 알라딘 독자들은 주미, 정기현, 원소윤 작가를 ‘2025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했다. ‘미스터리 보건실 냥쌤’ 등을 펴낸 주미 작가는 어린이 독자와 양육자 모두에게 지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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