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강하게 질타한 후 대통령과 기관장의 논쟁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업무 지시에 대해 기관장이 기자간담회와 SNS를 통해 여러 차례 반박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함께 대통령의 품격에 맞지 않는 언행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차 논쟁] 李 대통령 "나보다 업무 더 몰라" vs 이학재 "온 세상이 불법 알게 돼"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업무보고에서 이학재 사장에게 "1만 달러 이상은 해외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돼 있는데, 수만 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해외로) 나가면 안 걸린다는데 실제 그러냐"고 질문했다.
이 사장은 "저희는 주로 유해 물질을 검색한다"며 "업무 소관은 다르지만 저희가 그런 것을 이번에도 적발해 세관에 넘겼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옆으로 새지 말고 물어본 것을 얘기해보라"며 "외화 불법 반출을 제대로 검색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 사장이 "열심히 하고 있다. 세관하고 같이하고 있다. 저희가 주로 하는 일은"이라고 설명을 이어가려 하자 이 대통령은 불쾌감을 드러내며 말을 끊고 "자꾸 딴 얘기를 하시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사장이 재차 다른 답변을 하자 굳은 표정으로 "참 말이 기십니다"라며 "가능하냐, 안 하냐 묻는데 자꾸 옆으로 새요"라고 질책했다.
옆에 있던 김민석 국무총리가 "1만 달러가 넘는 현금에 대한 체크가 되는지만 얘기하면 된다"고 설명하자, 이 사장은 결국 "그건 실무적인 것이라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 사장에게 임명 시기와 임기를 묻기도 했다.
이 사장이 "2023년 6월에 갔고, (임기는) 3년"이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내년까지냐. 3년씩이나 됐는데 업무 파악을 그렇게 정확하게 못 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후 이 사장은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이 사장은 "지난 금요일 이후 주말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 대통령님의 저에 대한 힐난을 지켜보신 지인들에게는 아마도 '그만 나오라'는 의도로 읽힌 듯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인천공항에는 세계 최고의 항공 전문가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금요일의 소란으로 국민께 인천공항이 무능한 집으로 오인될까 싶어 망설이다 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불법 외화 반출은 세관의 업무이고, 인천공항공사의 업무는 칼, 송곳, 총기류, 라이터, 액체류 등 위해품목 검색"이라며 "제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인천공항을 30년 다닌 인천공항공사 직원들도 보안검색 분야 종사자가 아니면 책갈피 달러 검색 여부는 모르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걱정스러운 것은 그 일로 온 세상에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님께서 해법으로 제시하신 100% 수화물 개장 검색을 하면 공항이 마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차 논쟁] 대통령실 "책갈피 달러 예방효과 더 크다" vs 이학재 "공사 업무 아냐"
이 사장의 "걱정스럽다"는 주장이 나오자 이번에는 대통령실이 나섰다.
대통령실 김남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이 사장을 공개 질타한 것과 관련해 "야당 출신이라 고압적인 자세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바라보니 그렇게만 보이는 것 같다"며 "정상적인 질의응답 과정이었다"고 확대해석을 차단했다.
그러면서 '책갈피 달러 밀반입' 수법이 알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엔 "이런 수법이 있다는 것을 공개하고, 이를 막겠다는 담당 기관의 발언을 들을 수 있었기에 오히려 예방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사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시 반박을 시도했다.
이 사장은 책갈피 달러 문제와 관련해 시간 소요 등의 문제를 들어 전수조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공항 운영에도 문제가 되지만 여행객들에게 굉장한 불편을 끼쳐 어렵다"고 말했다.
또 관련 업무 소관 논란과 관련해서도 "공사 업무가 아닌 세관(관세청 소속 인천공항본부세관)의 업무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 사장은 자신에 대한 여권의 사퇴 압박 등의 질문에는 "임기가 정해진 자리라 다른 생각은 별도로 해보지 않았다"며 "(대통령실 등에서) 직접적으로 거취를 표명하라 연락받은 적 없고,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3차 논쟁] 李 대통령 "관세청-공항 외화 반출 MOU" vs 이학재 "위탁받은 적 없다"
책갈피 달러 논란은 17일에도 이어졌다.
이재며 대통령은 이날 산업통상부·중소벤처기업부·지식재산처 등 부처 업무보고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 사장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수없이 강조해도 가끔 정치에 너무 물이 많이 든 사람들이 있다. 1분 전에 얘기한 것과 1분 후에 얘기한 게 다른데 사람이 그러면 되냐"며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겨냥했다.
이어 "업무보고는 행정을 집행하는 지휘체계 속 사람들 간에 서로 보고하고, 보완하는 자리"라며 "여기는 정치적 논쟁 자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화 반출은 관세청이 하는 일이다. 그런데 관세청이 공항공사에 양해각서(MOU)를 맺고 위탁했더라. 1만 달러 이상 외화 검색은 공항공사가 대신 하기로요"라며 "그런데 공항공사 사장은 처음에는 자기들 일이 아니라고 하다가 세관이 하는 일이라고 한다. 대중들은 다 안다"고 비판했다.
또 이 대통령은 "범죄를 대통령이 가르쳐줬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몇년도에 어디에서 보도됐고 1만 불 이상 (반출)했다가 걸려 보도자료를 냈다는 게 나온다"라며 "옛날부터 있던 건데 뭘 새로 가르치냐. 일부가 그를 이용해 범죄하는데 쉬쉬하란 말이냐"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누가 그런 얘기도 하더라. '사랑과 전쟁'은 바람피우는 법을 가르치는 거냐'고 하더라"라며 "상식 세계와 몰상식 세계의 공존"이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 사장은 SNS를 통해 다시 반박했다.
이 사장은 "외화 불법반출 단속의 법적 책임은 관세청에 있고 인천공항은 MOU로 업무협조를 하는 것이다. 위탁받은 적이 없다"며 "MOU는 양해각서로서 협력의사를 나타내는 것이고 법적책임이 없다. 이와 달리 위탁은 법령 혹은 계약에 따라 업무를 다른 기관에 맡기는 것으로 법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공항공사는 외환 불법 반출 관련 법적 권한과 책임이 없어서 MOU를 체결해 유해물품 보안검색 시에 관세청 업무를 도와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보고를 해줄 것을 국정 최고책임자의 참모들께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與 "사과해야" vs 野 "대통령 품격 안맞아"
이른바 '책갈피 외화 반출' 대책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이학재 사장의 공방이 이어지는 것을 놓고 여야는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은 17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 사장을 향해 "대통령이 마치 범죄자들이 아는 비밀 수법을 공개한 것처럼 말했지만 '책 속에 끼워서 현금 밀반입이 급증'이라는 2011년 기사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장 페이스북 글을 내리고 잘못된 사실을 호도한 것에 대해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복기왕 의원도 "질책해서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자세가 옳은 것이냐"고 따졌다.
반면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은 "대통령이 전 국민,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기관장에게 모욕을 주는 듯한 모습은 이례적"이라며 "대통령 품격에 맞지 않고 보면서 불편했다"고 비판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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