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연금이 해외주식 자문형 위탁운용사 선정에 나선 가운데 입찰에 참여한 자산운용사들이 '초저보수'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4대 연기금으로 꼽히는 사학연금 자문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보수 전쟁'으로 비화되면서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와 전문성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학연금이 이달 19일까지 1차 평가를 진행하는 해외주식 자문형 위탁운용사 선정에서 입찰에 지원한 자산운용사 대부분은 1bp 이하의 보수를 제시했고, 일부 회사들은 0.5bp 이사의 보수를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운용 규모인 1조5000억원의 1bp는 1억5000만원으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이번에는 선정기관수가 기존 5~6곳 대비 2곳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경쟁률이 더 높아졌다. 이와 함께 운용 규모는 5000억원 수준에서 1조5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자문은 위탁운용 대비 보수가 낮은 편이지만, 운용규모가 작지 않은 규모인 만큼 자산운용사들의 눈치싸움도 심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경쟁의 초점이 '보수'에 맞춰졌다는 점이다. 1차 심사인 정량평가 항목 중 운용보수 배점은 15점으로 총 12개의 평가 항목(총점 100점) 중 가장 배점이 크다. 다른 평가항목들은 △자기자본비율(10점), 자기자본이익률(10점), 총설정액 대비 기관운용 자금비율(10점) 등 재무안정성 △해외펀드수탁고(10점), 운용 인력·위험관리 인력(10점), 평균 경력(10점) 등 운용신뢰도 △금융감독기관 제재사항 △ESG 추진활동 등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보수에 치우친 평가 기준이 운용 역량을 평가하기에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 경쟁에 치우치다 보면 수익성이 낮아지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대형사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이와 함께 실질적인 독과점 체제가 형성되고, 이는 운용 능력의 전문성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저보수 경쟁이 지속될 경우 중소형사들은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익성이 없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수탁고가 줄어들고, 수탁고가 줄어들 경우 정량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입찰에도 참여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기금 위탁운용의 지나치게 낮은 보수는 고질적으로 지적되어 온 문제"라며 "연기금의 재정 건전성과 투자 투명성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인데, 보수는 투자 성과와도 직결되는 요소인 만큼 감사원의 지적을 받을 수 있어 계속 낮아지는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사학연금은 지난달 26일 공고를 내고 해외주식 자문형 위탁운용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선정된 총 2곳은 3년 동안 각각 1조5000만원의 자금을 운용하게 된다. 오는 19일까지 1차 정량평가로 2배수인 후보 4곳을 압축하고, 이후 정성평가와 현장실사를 통해 이뤄진 2차 평가로 자문을 맡길 자산운용사를 최종 선정한다.
지원 자격은 집합투자업과 투자일임업의 자격을 갖춘 운용사 중 올해 9월 말 기준 해외 재간접 수탁고와 해외주식형 자산 비중이 60% 이상인 펀드의 수탁고(설정액 기준)가 각각 1500억원 이상이면서 최근 결산 기준 자본총계가 150억원 이상인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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