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유진 기자 | 잊을 만하면 다시 고개를 드는 AI 거품론이 증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반복되는 과열 논란 속에서 코스피는 번번이 상승 흐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2.24% 급락한 3999.13으로 마감했다. 10거래일 만에 4000선이 무너진 것이다. 이는 1개월 전인 지난달 14일 종가(4170.63)와 비교해 4.11% 하락한 수준이다.
이번 조정의 배경에는 다시 불거진 AI 거품론이 자리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4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향후 18개월간 최소 AI 수주잔액이 730억달러에 그치며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여파로 주가가 하락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오라클 역시 약세를 보였다. 오픈AI를 위해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의 완공 시점이 2027년에서 2028년으로 늦춰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오라클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AI 산업의 수익성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초 딥시크 쇼크와 지난 8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AI 과열론 제기 이후에도 AI 관련주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왔으나 최근 거품 우려가 재점화되면서 증시는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3분의 1에 달해 지수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한달 전과 비교하면 SK하이닉스는 13.40% 하락했고, 삼성전자는 사실상 같은 가격대에 머물러 있다. AI 생태계의 핵심인 반도체를 공급하는 기업인 만큼, AI 투자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 선반영 종목 옥석 가리기 진행, 오픈AI 기업공개(IPO) '버블' 분기점 될 듯
증권가에서는 AI 거품론과 이에 따른 주가 조정을 단기적인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AI 산업이 위축됐다기보다는 과도한 기대가 선반영된 종목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 국면이라는 해석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산성 개선은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라며 "생성형 AI는 초기에는 비용 증가로 생산성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조직 재설계 등 비용이 먼저 발생하지만, AI 확산이 임계점을 넘으면 생산성 기여가 급격히 확대된다. 생산성 경로는 J커브 형태"라고 덧붙였다.
또한 2027년 예정된 오픈AI의 기업공개(IPO)가 AI 버블 논란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픈AI는 목표 기업 가치 1조달러(약 1425조원), 공모 규모 600억달러 내외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예정된 오픈AI 상장은 미국 빅테크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라며 “AI 버블이 이미 고점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오픈AI라는 상징적인 기업을 빼고는 논의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오픈AI 상장 이후에도 주가 성과가 부진하다면, 그때 가서야 AI 버블을 본격적으로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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