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 경기가 반도체 대형 기업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통계 전반에 반영되면서,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외감기업)의 매출과 이익 지표가 동시에 반등했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2025년 3/4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제조업 외감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2.9%로 전분기(-1.7%)에서 플러스로 전환됐다. 이는 반도체 가격 반등과 AI·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회복이 대형 전자기업의 실적에 본격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총자산증가율도 2.9%를 기록해 제조업 전반의 투자 여력이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수익성 개선 폭은 대형 반도체 기업의 영향이 특히 컸다. 제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1%로 전년 동기(6.1%) 대비 1.0%포인트 상승했고,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9.1%로 3%포인트 이상 뛰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속한 전기·전자 업종의 이익 회복이 전체 제조업 평균을 끌어올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의 매출액증가율은 12.3%로 제조업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같은 업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5.7%, 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21.4%에 달해 반도체 업황 반등의 효과가 수치로 확인됐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과 함께 고부가가치 AI 반도체, 서버용 DRAM·HBM 수요 확대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 구조 측면에서도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영향이 두드러졌다.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65.2%로 전분기 대비 하락했고, 차입금의존도는 21.8%로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낮은 차입 구조와 풍부한 현금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제조업 전체 재무 안정성 지표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제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2.9%,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7%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면 중소 제조업체는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원가 부담과 금리 부담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회복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대형 반도체 기업과 중소 협력업체 간 실적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한국은행은 “2025년 3분기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포함한 반도체 대기업의 실적 개선이 제조업 전반의 성장성과 수익성 회복을 주도했다”며 “다만 반도체 업황 회복이 중소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기업경영분석은 2024년 말 기준 외감기업을 모집단으로 상장기업 공시자료와 비상장기업 표본조사를 결합해 작성됐으며,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을 통해 세부 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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