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께 부산 사하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 감기 증상으로 수액을 맞던 10세 여아가 의식 저하 증세를 보였다. 의료진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즉시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소방 당국은 병원 12곳에 연락했지만 대부분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한 2차 병원에서 환자 수용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아 이송에 나섰으나, 이동 중 여아에게 심정지가 발생했다.
아이 는 병원 도착 직후 응급 처치를 받아 맥박과 혈압을 회복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이후 3차 병원으로 옮겨져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이 병원 수배를 시작한 시점부터 3차 병원 도착까지는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됐다.
부산에서는 최근 응급 환자가 제때 병원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경련 증세를 보이던 고등학생이 부산과 경남 지역 병원 9곳에 14차례에 걸쳐 수용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고, 구급차 안에서 약 1시간가량 지나 심정지 상태에 빠진 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당시 병원들이 환자를 수용하지 못한 이유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정부 차원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환자가 치료받을 응급실을 찾지 못해 길 위를 전전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전날 고등학생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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