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기자 칼럼] 박현주와 서정진, 두 거인의 동행에 거는 대한민국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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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기자 칼럼] 박현주와 서정진, 두 거인의 동행에 거는 대한민국의 운명

CEONEWS 2025-12-17 12:57: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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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CEONEWS 대표기자
이재훈 CEONEWS 대표기자

[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대한민국 자본시장과 산업계의 두 거인이 한 배에 올랐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15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의 공동위원장으로 나란히 선임된 것이다. 금융 투자업의 불모지에서 자본의 길을 개척한 박현주, 척박한 환경에서 바이오시밀러라는 산업의 길을 뚫어낸 서정진. 두 사람의 결합은 그 자체로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

이는 한국 경제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실험이다. 정부 주도 관치 금융의 한계를 민간의 역동성으로 돌파하려는 파격적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대의 크기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민간 기업의 총수가 국가 자본의 운용을 총괄한다는 것은 이해상충이라는 본질적 딜레마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민간의 역동성, 공공 영역에 이식

긍정적 측면부터 살펴보자. 두 회장의 등판은 자본 효율성의 극대화를 예고한다. 그동안 정부 주도 펀드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업에 자금이 분산되거나, 성과 측정이 모호한 영역에 투입되는 경향이 있었다. 박 회장의 글로벌 자산 배분 역량과 서 회장의 저돌적 추진력은 이 150조 원이 AI, 바이오, 반도체 등 핵심 전략 산업의 실질적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게 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현주 회장은 시장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역발상 투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접근법이 국민성장펀드에 적용된다면, 단순한 방어적 운용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는 공격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서정진 회장 역시 맨손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경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의 세부 사항과 투자의 적기를 포착하는 데 강점을 발휘할 것이다.

두 사람의 공동 체제는 민간의 속도와 효율성을 공공 부문에 접목하는 시너지를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 금융과 산업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정상에 오른 두 인물의 조합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한다면, 150조 원이라는 자금이 실제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조적 딜레마, 공과 사의 경계

그러나 낙관에 취해 있기에는 현실적 우려가 엄중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공과 사의 경계다. 박현주 회장은 국내 1위 투자그룹의 오너이고, 서정진 회장은 대표적 바이오 기업의 총수다. 국민성장펀드가 미래에셋의 이해관계가 얽힌 자산에 투자하거나, 셀트리온과 연관된 바이오 생태계에 자금을 집중할 경우, 절차적 공정성을 갖추었더라도 시장의 의구심을 완전히 불식하기는 어렵다.

이는 두 사람의 도덕성을 문제 삼는 차원이 아니다. 구조적인 한계다. 자사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펀드 자금이 간접적으로라도 계열사의 이익을 방어하거나 시장 가치를 지지하는 데 활용된다면, 국가 자원의 사적 활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두 회장이 자신들의 그룹 이익과 국가 펀드의 이익이 충돌하는 순간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계열사들이 펀드의 수혜를 입지 않도록 철저한 차단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인지가 이번 실험의 핵심 시험대가 된다.

■책임 소재의 명확화가 선행돼야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도 짚어야 할 문제다. 민간 투자에서 실패의 책임은 오너나 경영진이 진다. 그러나 국민성장펀드는 국민의 세금과 재정이 투입된 공적 자금이다. 150조 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다 손실이 발생했을 때, 두 민간 위원장이 질 수 있는 책임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투자의 세계에서 높은 위험과 높은 수익의 상관관계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공공 자금 운용에서는 안정성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서 회장의 과감한 베팅 스타일과 박 회장의 공격적 투자 성향이 국가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간의 역동성을 도입하되 공공의 통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익은 특정 영역에 집중되고 손실은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성공을 위한 세 가지 조건

150조 국민성장펀드의 성패는 결국 제도적 장치의 완비와 두 위원장의 자기 절제에 달려 있다.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세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펀드 운용의 투명성을 감시할 독립적 기구의 설치다. 이해상충 방지 가이드라인을 법적 구속력이 있는 수준으로 격상하고, 투자 결정 과정에 대한 외부 검증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둘째, 모든 의사결정 과정의 기록과 공개다. 훗날 역사적 평가를 받겠다는 자세로 투자 결정의 근거와 과정을 투명하게 남겨야 한다. 셋째,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대한 편중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객관적 투자 기준과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박현주와 서정진, 두 인물이 이끄는 국민성장펀드는 한국 경제가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도, 특혜 시비와 이해충돌 논란으로 얼룩진 실패 사례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은 그들에게 유능한 사업가의 면모를 넘어, 국가 경제의 장기적 방향을 설계하는 공인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 그들이 쥔 150조 원의 지휘봉이 자신들의 기업이 아닌 대한민국 경제 전체를 위해 쓰일 때, 비로소 이 실험은 성공으로 기록될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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