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김예준 기자] 11월 판매 실적에서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 신모델 공개를 앞둔 한 소형 SUV의 판매량이 164% 폭등했다. 경쟁이 치열한 소형 SUV 시장에서 나타난 이례적인 장면이다. 출시 6년 차 모델의 ‘역주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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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최대 실적 기록한 베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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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에 따르면 베뉴는 11월 한 달간 1,468대가 판매됐다. 10월 556대 대비 164% 증가한 수치다. 2025년 월간 최다 판매량이다. 또한 2020년 12월 1,475대 이후 약 5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올해 들어 월 1천 대 이상 판매된 것도 이번이 다섯 번째다. 베뉴가 연간 기준으로 안정적인 수요를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한 차례에 그쳤고, 2024년에는 한 번도 1천 대를 넘기지 못했다. 단기 반등이 아닌 흐름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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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모델 공개에도 판매량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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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부분은 11월 차세대 베뉴가 공개됐다는 점이다. 통상 신모델이 등장하면 기존 모델의 판매는 급감한다. 그러나 베뉴는 이 같은 공식에서 벗어났다. 오히려 구형 모델 판매가 크게 늘었다.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신형 출시를 앞두고도 기존 모델에 대한 수요가 몰렸다는 점에서 가격과 구성 경쟁력이 재조명됐다는 분석이다. 소형 SUV 시장 내 포지션 변화도 함께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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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6년 차, 하지만 분위기는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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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뉴는 2019년 7월 출시돼 첫해 하반기에만 1만 6,867대가 판매됐다. 2020년에는 1만 7,726대로 큰 폭의 성장은 없었다. 이후 판매량은 점차 감소해 2022년부터는 연간 1만 대를 밑돌았다. 2024년 판매량은 4,645대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1~4월 월평균 판매량은 전년 대비 76.7% 증가했다. ‘스마트’ 트림이 재도입된 이후 월 1천 대 수준을 회복했다. 11월 실적을 더해 4년 만에 연간 판매량 1만 대를 다시 넘기게 됐다.
특히 베뉴는 국내 출시 이후 한 차례도 부분 변경 모델이 출시되지 않았다. 소소한 연식변경만 진행했을 뿐이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2022년 부분 변경 모델이 출시됐고, 11월에는 2세대 모델이 인도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 기준으로는 사실상 ‘사골 모델’에 가까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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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전략이 만든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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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뉴가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신차 가격 상승이 있다. 7세대 아반떼는 출시 당시 1,531만 원에서 현재 2,034만 원까지 올랐다. 캐스퍼 역시 최대 2,223만 원에 이른다. 반면 베뉴는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이 제한적이었다.
여기에 가성비를 전면에 내세운 스마트 트림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1열 시트와 스티어링 휠 열선, 디스플레이 오디오, 스마트 키 등을 기본으로 묶으면서도 가격은 1,926만 원에 그쳤다. 사회초년생과 세컨드카 수요를 동시에 끌어안았다는 평가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신형 베뉴의 국내 출시는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세대 부분 변경 모델이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미 방향이 정해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캐스퍼와 코나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판매 간섭 우려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김예준 기자 kyj@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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