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재편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크리에이터 유입 지표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포착됐다. 커머스 크리에이터 플랫폼 ‘그립’을 운영하는 그립컴퍼니는 17일, 지난 11월 신규 크리에이터 입점 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7% 늘었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11월 한 달 동안 그립에 새로 입점한 크리에이터 수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의 월평균과 비교해도 25.7% 많았다. 단기 이벤트에 따른 반짝 수치라기보다, 플랫폼 선택 흐름이 일정 부분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카테고리별 분포를 보면 신규 입점 크리에이터는 여전히 패션 중심 구조를 유지했다. 11월 기준 패션의류가 전체의 27.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식품(19.8%), 패션잡화(14.9%), 생활·주방(9.0%), 뷰티(7.2%) 순으로 뒤를 이었다. 라이브커머스에서 검증된 주력 카테고리가 여전히 크리에이터 유입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증가 속도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전월 대비 입점 증가율 기준으로는 주얼리가 68.8%로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했다. 패션의류는 58.4%로 두 번째로 높았고, 뷰티(26.8%), 패션잡화(24.1%), 생활·주방(10.2%)이 뒤를 이었다. 단가와 전문성이 요구되는 카테고리까지 크리에이터 진입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 활용 방식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치의 배경으로 그립이 최근 보여준 ‘성과 사례의 가시화’를 꼽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탑 크리에이터 ‘쓰리백’의 합류다. 쓰리백은 지난 11월 그립 입점 이후 첫 라이브 방송에서 거래액 5억 원, 조회수 11만 회를 기록했다. 대형 팬덤을 보유한 크리에이터가 새로운 플랫폼에서도 빠르게 성과를 낸 사례로, 그립의 방송 인프라와 운영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라이브커머스 리얼리티 프로그램 ‘슈퍼셀러: 인센티브게임’에 그립이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방송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의 준비 과정과 판매 전략, 시행착오가 공개되면서 라이브커머스 진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졌고, 플랫폼 선택 과정에서 그립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효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단순 입점 수 증가가 곧바로 플랫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크리에이터 수가 늘어날수록 노출 구조, 수익 배분, 운영 지원의 밀도에 대한 요구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간 차별성이 점점 희석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한나 그립컴퍼니 대표는 “콘텐츠 중심 커머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라이브커머스를 새로운 성장 경로로 선택하는 크리에이터가 늘고 있다”며 “초기 진입부터 장기 운영까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플랫폼 간 경쟁은 단순한 기능 비교를 넘어 크리에이터 성과 관리와 생태계 운영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립의 최근 지표는 변화의 신호탄일 수 있지만, 지속성 여부는 앞으로의 운영 전략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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