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교육 현장에 ‘커닝’의 정의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챗GPT가 써준 답안이 학생이 밤새워 작성한 과제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상황이 빈번해지자, 교육계의 고민은 깊어졌다. 단순히 결과물만 봐서는 AI가 썼는지, 사람이 썼는지 구별이 불가능한 탓이다. 기존 AI 탐지 프로그램들이 간단한 프롬프트 조작만으로 무력화되는 가운데, 국내 에듀테크 기업 그렙이 ‘결과물 검증’이 아닌 ‘과정 통제’라는 기술적 해법을 들고나왔다.
개발자 평가 플랫폼이자 온라인 시험 솔루션 ‘모니토’를 운영해 온 그렙(대표 임성수)은 17일, 생성형 AI 부정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모니토플러스(Monito+)’를 공개하며 시장 공략 수위를 높였다. 핵심은 ‘사후 약방문’식 탐지가 아니라, 시험을 치르는 환경 자체를 기술적으로 락다운(Lock-down) 하는 것이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공유된 한 대학의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다. 동일한 과제를 두고 AI를 활용한 그룹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획득한 반면, 스스로 작성한 학생들은 50~60점대에 머물렀다. 문제는 교수자가 결과물만 놓고 봤을 때 이 둘을 구분해 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일부 대학과 기업이 도입했던 AI 탐지 솔루션도 한계가 명확했다. 문장의 순서를 조금 바꾸거나, AI에게 “사람처럼 다시 써줘” 같은 추가 명령(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내리면 탐지망을 손쉽게 빠져나갔다. 교육 관계자들이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어 감점을 못 한다”고 토로하는 배경이다. 결국 부정행위 사후 적발은 실패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렙이 내놓은 해법은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응시자의 디지털 환경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모니토플러스는 기존 700여 기관이 사용 중인 ‘모니토’ 시스템에 강력한 보안 기능을 덧입혔다.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설치형 시험 보안 브라우저(락다운 브라우저)’다. 수험생이 이 브라우저를 통해 시험에 접속하면, 시험과 무관한 프로그램은 실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챗GPT 웹사이트 접속은 물론이고,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실행도 즉시 감지돼 시험이 중단된다.
단순히 화면만 막는 것이 아니다. 하드웨어 레벨의 부정행위 시도까지 차단한다. 시험 도중 USB나 블루투스 장비를 연결해 외부 데이터를 불러오거나, 팀뷰어 같은 원격 제어 프로그램을 몰래 실행하는 행위를 실시간으로 잡아낸다. 시험 종료 후 로그를 분석해 부정행위를 잡는 것이 아니라, 시험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할 여지를 기술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이다.
화면 밖에서 일어나는 부정행위(Blind spot)에 대한 대응책도 강화됐다. 모니토플러스는 음성 감지 기술을 탑재해 시험 도중 발생하는 이상 소음을 포착한다. 누군가 옆에서 정답을 불러주거나 응시자가 혼잣말로 문제를 읽어 AI 음성 비서에게 입력을 시도하는 상황 등을 잡아내기 위함이다.
얼굴 인식 기술을 활용한 대리 응시 방지 기능도 포함됐다. 가상 카메라 장치를 이용해 미리 녹화된 영상을 송출하거나, 등록된 응시자가 아닌 타인이 화면에 잡힐 경우 시스템이 이를 경고한다. 그렙 측은 이를 통해 온라인 평가의 고질적 문제였던 대리 시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술적 통제가 만능은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평가 방식을 다변화하고 있다. 필기시험 비중을 줄이고 구술 평가를 늘리거나, 아예 AI 활용을 허용하되 그 과정을 평가하는 ‘오픈 AI 테스트’ 방식도 도입되는 추세다.
임성수 그렙 대표는 “AI 시대에는 결과물만으로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교육 현장이 요구하는 것은 ‘부정행위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렙은 단순히 막는 것을 넘어, 구술 평가나 대면·비대면 혼합형 평가에서도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유연하게 설계했다고 밝혔다.
생성형 AI의 발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를 막으려는 에듀테크 기업의 ‘창과 방패’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렙은 향후 AI 활용 역량을 측정하는 새로운 평가 기준 정립에도 나설 계획이다. 단순 암기나 결과물 제출이 아닌, AI와 협업하는 능력을 어떻게 공정하게 평가할 것인가가 다음 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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