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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인해 인공와우 수술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전신마취 부담을 줄이고 수술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임상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와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김창희 교수 공동연구팀은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소마취 인공와우 수술과 방사선 노출 없이 전극 위치를 확인하는 기술의 임상 유효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인공와우 수술은 일반적으로 전신마취하에 시행되지만, 심장·호흡기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환자의 경우 전신마취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크다. 이에 연구팀은 전신마취가 어려운 환자에게도 국소마취만으로 수술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2021년 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시행된 인공와우 수술 980건 중 전신마취 고위험군으로 판단된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17건의 국소마취 수술을 시행했다. 그 결과 17건 중 16건(94.12%)에서 국소마취만으로 수술을 완료했으며, 수술 관련 사망이나 주요 합병증은 발생하지 않았다. 1건은 수술 전 경도 인지장애가 있던 고령 환자에게 발생했으며, 수술 중 행동 문제로 인해 전신마취로 전환됐다.
국소마취 수술은 MELAS 증후군 환자, 80세 이상 초고령 환자, 중증 심장질환 환자 등 전신마취 위험이 큰 환자군에서 주로 시행됐다. 연구팀은 외이도와 귀 뒤 절개 부위에 국소마취제를 사용하고,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진정제는 투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환자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수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 검증도 함께 수행했다. 인공와우 수술의 성패는 달팽이관 내 전극이 얼마나 정확하게 배치되느냐에 달려 있으며, 기존에는 수술 중 X-ray 촬영으로 전극 위치를 확인해 왔다. 하지만, 이 방식은 마취 시간을 늘리고 방사선 노출 부담이 따른다는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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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연구팀은 전극 사이의 전기 신호를 이용해 전극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무선 측정 시스템 ‘SmartNav’를 평가했다. 2024년 7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정상 달팽이관 구조를 가진 환자 98명(134건)을 대상으로 SmartNav 결과를 X-ray와 비교한 결과, X-ray에서 전극 끝말림이 확인된 8건을 모두 감지해 민감도 100%를 보였다. 정상 전극 배치를 정상으로 판단한 비율(특이도)은 99.2%였으며, 평균 측정 시간도 기존 X-ray 촬영 시 11분 18초에서 3분으로 크게 단축됐다.
SmartNav는 국소마취 수술과 재수술 환자에게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며, 와우 신경결손 환자에게서도 안정적인 신경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방사선 노출 없이 수술 중 전극 위치를 확인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전신마취가 어려운 환자도 국소마취로 인공와우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을 임상적으로 확인했다”며 “고위험 환자에 대한 정밀 의료적 수술 전략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창희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방사선 노출 없이 전극 배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수술 과정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Otology and Neurotology’와 ‘European Archives of Otorhinolaryngology’에 각각 게재됐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