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묘파와 핍진을 반추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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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저런글] 묘파와 핍진을 반추하며

연합뉴스 2025-12-17 05:55:01 신고

한 일간지의 소설책 광고에서 낯선 단어를 만났다. 쓰인 맥락만 살려 그 낱말들이 들어간 두 문장을 다시 쓰면 이렇다. ① 소설에서는 인간 사회의 여러 갈등 세태가 묘파된다, ② 소설은 핍진성 높은 서사로 다양한 문제를 반추하게 만든다. 묘파는 뭐며 핍진성은 또 뭐란 말인가.

묘파(描破)는 남김없이 밝혀 그려낸다는 뜻이다. ①이 참이라면 저 소설은 여러 갈등 세태를 남김없이 밝히어 그려낸 것이다. 핍진성(逼眞性)은 문학 작품에서 텍스트에 대해 신뢰할 만하고 개연성이 있다고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정도를 뜻한다. 그럴싸함! 소설 평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성을 뗀 '핍진'은 실물과 다름없을 정도로 아주 비슷함을 일컫는다. 핍근(逼近)은 매우 가까이 닥침을, 핍색(逼塞)은 꽉 막힘 또는 몹시 군색함을 각각 이르듯 '핍'은 "아주, 매우, 몹시" 하는 느낌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묘파'에 대한 사전의 정의 '묘파'에 대한 사전의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이들 낱말이 쓰인 것은 언론사 명의로 소설을 평한 광고 속 문장에서다. 일종의 추천사 격인데, 그렇다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써야 효과가 크리란 생각은 순진한 것일 수 있다. 이렇게 어려운 한자어를 써서 도드라져 보이게 하고 나아가 사전까지 들추게도 만드는 전략이 영리한 선택일 수 있으니까. 반추(反芻), 한번 삼킨 먹이를 다시 게워 내어 씹음 또는 그런 일. 묘파와 핍진을 거듭 반추하게 된다. 여기에 그 소설이 더불어 기억된다면 추천사는 성공이다. 그런데 이것이 핍진성 높은 서사일까, 정말로?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표준국어대사전 - 묘파, 반추 정의

2. 고려대한국어대사전 - 핍진성 정의

3.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 - 핍진 핍근 핍색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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