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따뜻한 국물 요리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로 자주 오르는 설렁탕과 곰탕은 소를 끓여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어 혼동하기 쉽지만, 사용되는 주재료와 그에 따른 국물의 성질은 명확히 다르다.
결정적인 차이는 국물을 우려낼 때 뼈와 고기 중 어느 비중이 더 높은가에 있다. 한우 부산물인 사골, 우족, 꼬리 등 사용 부위에 따라 국물의 색깔과 맛, 영양 성분이 확연히 갈린다.
뼈와 젤라틴이 만드는 '설렁탕'
설렁탕은 다리뼈인 '사골'과 발뼈인 '우족' 등 뼈를 주재료로 하여 장시간 고아 낸 음식이다. 설렁탕 국물이 맑지 않고 불투명한 흰색을 띠는 것은 뼈와 우족에 포함된 성분 때문이다. 뼈를 물에 넣고 오래 끓이면 뼛속에 있던 콜라겐과 젤라틴 성분이 국물로 녹아 나온다. 이 단백질 성분들은 물과 기름이 섞이게 만드는 유화 현상을 일으키는데, 이 과정에서 국물이 걸쭉해지고 흰색으로 변한다.
특히 우족에 풍부한 젤라틴은 섭취 시 체내에서 콜라겐 합성을 돕고 피부 조직을 구성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다리뼈인 사골에서 우러나온 칼슘과 단백질의 일종인 아미노산은 국물의 맛을 진하게 만들고 영양을 보충해 준다.
고기가 내는 맑고 담백한 맛 '곰탕'
반면 곰탕은 고기나 내장, 꼬리 등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오랫동안 삶는다는 뜻의 '고다'에서 유래한 곰탕은 고기를 삶아낸 국물이기 때문에 설렁탕에 비해 국물 색이 투명하고 맑은 갈색빛을 띤다.
꼬리곰탕이 하나의 예시다. 소의 꼬리는 사골이나 우족에 비해 젤라틴 성분이 적어 국물이 맑지만, 뼈에 붙은 살코기가 우러나면서 고기 육수 본연의 감칠맛과 고소함이 진하다. 영양학적으로는 마그네슘 함량이 높다. 마그네슘은 뼈를 단단하게 유지하고 근육과 신경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 무기질이다.
잡내 제거와 소분 냉동이 핵심
설렁탕과 곰탕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조리 과정이지만, 그 맛을 유지하는 것은 보관 단계다. 조리는 핏물을 뺀 재료를 끓는 물에 데쳐 잡내를 없앤 뒤, 대파·마늘 등과 함께 약한 불에서 8시간 이상 끓여내면 완성된다. 이후 국물을 차갑게 식히면 표면에 지방 성분이 하얗게 굳는데, 이를 걷어내야 국물 맛이 깔끔해지고 섭취 시 열량도 낮아진다.
지방을 걷어낸 국물은 한 번에 먹을 양만큼 소분해 밀폐 용기나 냉동 전용 팩에 담아 냉동 보관해야 한다. 냉장실에서는 변질 우려가 있어 장기 보관에 맞지 않다. 해동할 때는 먹기 하루 전 냉장실로 옮기거나 찬물에 담가 천천히 녹여야 한다. 이렇게 준비한 육수는 떡국이나 만둣국 등 다른 국물 요리의 기본 육수로 쓰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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