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우리 접근법과 다르며, 소비 원인 찾아야"…美우회 비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대통령이 '좀비 마약'이라고 불리는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WMD·Weapon of Mass Destruction)로 지정한 미국의 조처에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3) 멕시코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하기로 한 결정의 법적, 정치적 함의를 철저히 분석할 것"이라며 "어쨌든 우리 접근법과는 다른 마약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의 마약 소비 대응 전략은 처벌 중심이 아닌 원인 해결에 기반을 둔다"면서 "소비를 유발하는 요인들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마약 근절) 노력은 불충분하다"라고 덧붙였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해왔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72)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유럽(EU) 등지에서의 마약 남용 현상에 대해 '마약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근본적 병폐를 찾아 치료해야 한다'는 취지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신 건강, 사회적 소외, 청년층 일자리 부족 등 마약에 쉽게 빠질 수 있도록 하는 문제 해결에 노력하면서 마약 치료 홍보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셰인바움 정부 입장이다. 2년 전부터는 '마약 하면 망가진다'라고 명명한 교내 교육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멕시코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도 자신의 정책 방향을 참고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피력해 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도 "마약 사용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저의 소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전달한 바 있다"며 "단순히 특정 마약을 치명적 파괴 무기로 규정하는 시각만으로는 부족하다"라고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남부 국경수비대에 메달을 수여하면서 "우리는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로 공식 분류한다"고 밝혔다. 곧바로 백악관도 펜타닐과 핵심 전구체(펜타닐 제조 원료 물질)를 대량살상무기로 지정하는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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