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키친 메이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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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키친 메이커들

엘르 2025-12-17 00:00:05 신고

ARCLINEA

‘컨비비움(Convivium)’(2002).

‘컨비비움(Convivium)’(2002).


‘클라우디아(Claudia)’(1963).

‘클라우디아(Claudia)’(1963).


돌과 강철로 제작된 ‘리그넘 에 라피스(Lignum et Lapis)’.

돌과 강철로 제작된 ‘리그넘 에 라피스(Lignum et Lapis)’.


아크리니아는 ‘주방’을 하나의 건축적 실체로 본다. ‘선형 주방 가구(Arredamenti Per Cucina Lineare)’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알 수 있듯 기능적 효율성과 공간의 선을 중시하며, 요리 공간을 중심으로 한 삶의 구조에 관심을 가져왔다. 1925년, 이탈리아 비첸차(Vicenza)의 작은 목공소로 시작해 초창기에는 전통적 가정용 주방 가구를 제작하던 아크리니아의 이야기는 1950년대에 접어들며 급격히 방향을 전환했다. 이탈리아에서 산업화된 주방 디자인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기계적 완성도’와 ‘수공적 감각’이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키친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 아크리니아는 1958년에 처음으로 현대적 빌트인 키친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안토니오 치테리오(Antonio Citterio)가 아트 디렉터로 참여해 주방을 하나의 ‘거주 구조물(Living Architecture)’로 정의하게 된다. 그 결과 1988년에 탄생한 ‘이탈리아(Italia)’는 혁명적이었다.


문을 닫으면 벽면이나 수납장처럼 보이지만, 문을 열면 내부에 숨겨진 주방 공간이 나타나는 시스템이 적용된 모델 ‘컨비비움(Convivium)’.

문을 닫으면 벽면이나 수납장처럼 보이지만, 문을 열면 내부에 숨겨진 주방 공간이 나타나는 시스템이 적용된 모델 ‘컨비비움(Convivium)’.


1988년에 출시된 미래지향적이고 건축적인 모델 ‘이탈리아(Italia)’는 여전히 아름답고 현대적이며 기능적이다.

1988년에 출시된 미래지향적이고 건축적인 모델 ‘이탈리아(Italia)’는 여전히 아름답고 현대적이며 기능적이다.


안토니오 치테리오와 아크리니아의 협업이 시작된 프로젝트.

안토니오 치테리오와 아크리니아의 협업이 시작된 프로젝트.


스테인리스스틸을 전면에 사용하고, 조리 · 세척 · 수납의 흐름을 하나의 워크 스테이션으로 통합한 이 모델은 프로페셔널 키친의 개념을 가정으로 가져온 첫 시도였다. 치테리오 특유의 절제된 선과 디테일, 공학적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뤘고, 아크리니아가 요리 행위를 디자인으로 번역할 수 있는 브랜드임을 증명했다. 2002년에 선보인 ‘컨비비움(Convivium)’은 그런 철학을 한 단계 확장했다. 라틴어로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뜻하는 이름처럼 이 모델은 주방을 사회적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컨비비움에서 조리대는 식탁과 이어지며, 요리라는 행위는 사적 노동이 아닌 공유와 교감의 퍼포먼스가 된다. 아크리니아의 진화는 공간의 통합과 정제라는 두 축에서 이뤄졌다. ‘아르투시(Artusi)’ ‘이탈리아(Italia)’ ‘프린시피아(Principia)’ ‘테아(Thea)’로 이어지는 시리즈는 각각 시대적 기술과 미학을 반영하며, 조리와 생활의 경계를 부드럽게 확장시켰다. 아크리니아의 모든 변주는 한 방향으로 수렴된다. “주방은 가구가 아니다. 매일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건축이다(The kitchen is not furniture. It’s architecture you live with everyday).” 아크리니아의 아트 디렉터 안토니오 치테리오의 말이다.



BULTHAUP

1997년에 선보인 시스템 20은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모듈형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유연성과 지속성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요구에 부응한다.

1997년에 선보인 시스템 20은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모듈형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유연성과 지속성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요구에 부응한다.


1974년에 출시된 컨셉트 12 주방 라인. 당시로서 매우 현대적이고, 기능적인 디자인이었다.

1974년에 출시된 컨셉트 12 주방 라인. 당시로서 매우 현대적이고, 기능적인 디자인이었다.


2024년 ‘밀란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불탑 월 시스템. 호두나무로 구현한 3차원 월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맞춤형 기능을 제공한다

2024년 ‘밀란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불탑 월 시스템. 호두나무로 구현한 3차원 월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맞춤형 기능을 제공한다


1949년, 독일 보덴키르헨(Bodenkirchen)의 작은 제재소에서 불탑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불탑은 설립 초기부터 주방을 집의 중심이자 사람들이 머물고 시간을 나누는 생활 장소로 인식했다.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브랜드 역사상 최초의 주방 가구가 탄생했다. 견고한 소재와 정교한 제작 방식으로 완성한 키친 사이드보드는 독일을 넘어 유럽 지역에서 뛰어난 판매 성과를 거뒀다. 이를 기회로 공장 확장을 거듭하던 불탑은 1969년에 이르러 새로운 키친 솔루션 ‘스틸 75(Stil 75)’를 선보였다. 기능과 미감이 절제된 균형을 이루는 이 시스템은 주방을 건축적 관점에서 재정의한 시도로 평가받는다. 1980년대 초, 2세대 게르트 불탑과 그래픽 디자이너 오틀 아이허(Otl Aicher)의 협업은 불탑에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왔다. 이때가 불탑이 주방을 조리 공간에서 일상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된 시기였다. 1990년대에 접어들어 불탑은 한층 유연한 공간 해석을 시도한다. 고정된 구성 요소 없이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모듈형 ‘시스템 20(System 20)’으로 변화하는 삶의 방식에 따라 주방이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독립형 유닛으로 이뤄진 이 시스템은 미니멀한 기능적 디자인을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높은 자율성과 변주 가능성을 제공했다. 이후 불탑은 ‘b3’ ‘b2’ ‘b1’을 잇달아 출시했다.


수평적 사고에 기반한 불탑의 94 라인 시스템. 인덕션과 조리대, 싱크 등 하나의 워크 벤치에서 통합적인 솔루션을 제안한다.

수평적 사고에 기반한 불탑의 94 라인 시스템. 인덕션과 조리대, 싱크 등 하나의 워크 벤치에서 통합적인 솔루션을 제안한다.


게르트 불탑과 오틀 아이허의 공동 연구로 1984년에 탄생한 시스템 b는 어떤 형태의 작업이든 최대한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고안됐다.

게르트 불탑과 오틀 아이허의 공동 연구로 1984년에 탄생한 시스템 b는 어떤 형태의 작업이든 최대한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고안됐다.

불탑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은 이 세 가지 시스템은 삶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구축했다. 특히 ‘b3’는 벽 자체를 주방 개념에 적극적으로 도입한 사례로 손꼽힌다. 멀티펑션 월(Multi-Function Wall)에 수납 유닛과 가전, 조명 그리고 다양한 기능 요소들을 장착했다. 거의 무한 조합이 가능한 매혹적인 주방과 거실 시스템으로, 사용자는 자신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 완전히 개별화된 주방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지난해 밀란에서 불탑은 브레라 미술관 중정에 파빌리온을 세우고 ‘주방은 없다(There is no kitchen)’는 화두를 던졌다. 주방을 고정된 형태가 아닌, 관계와 사용 방식 속에서 매일 새롭게 구성되는 장소로 제시한 것. 여기서 소개된 ‘94 라인(94 line)’ 시스템은 사람의 신체 높이에 맞춘 94cm 수평 작업을 중심으로 기능 벽과 워크 벤치, 모듈형 수납, 아일랜드를 유연하게 조합할 수 있도록 했다. 칼과 냄비, 도마와 그릇 같은 일상의 동작이 이 수평선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주방은 사용하는 사람의 리듬과 생활방식에 따라 형태를 바꾸는 공간이 된다. 결국 불탑의 역사는 하나의 질문 위에 놓여 있다. ‘우리는 주방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가?’ 각각 답은 다르지만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그것이 불탑이 지금껏 이어온 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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