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집중력을 다시 되찾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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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을 다시 되찾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코스모폴리탄 2025-12-17 00:00:01 신고


초 단위로 흩어지는 우리의 멘털

마음을 가다듬고 노트북 앞에 앉아 일을 시작하려고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올리면 이상하게도 뇌는 좀처럼 협조하려 하지 않는다. ‘밀린 설거지부터 해야 하나?’, ‘아까 친구 카톡에 답장했던가?’, ‘일단 커피 한잔 먼저 마실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해야 할 일은 이미 한참이나 밀려 있다. 지금 우리는 집중력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돌이켜보면 예전에는 한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었고, 세 시간이 넘는 장편영화를 한 번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몰입해서 보는 건 물론 영화가 끝난 뒤에는 어떤 장면이 좋았고 왜 좋았는지 이유도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소파에 누워서도 그 세계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때가 있었던 거다. 친구들과 술 마시며 긴 대화를 나눌 때 데이팅 앱의 매칭 알림을 수시로 확인하지 않아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30분 정도의 예능 한 편도 길게 느껴지고, 드라마는 유튜브에서 요약본을 1.2배속으로 본다. 그렇지만 인스타 릴스나 쇼츠, 틱톡 속 낯선 타인의 3초 분량 영상은 스크롤을 내려가며 무한대로 시청한다. 그리고 더 씁쓸한 건, 이런 증상이 비단 에디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본 메이지 대학교 법학부 교수이자 언어학 박사인 홋타 슈고 역시 이러한 위기에 공감했다. “도파민을 자극하는 알고리즘에 갇혀 집중력을 강탈당하고 있어요. 3초 안 되는 팝업 창에도 주위가 산만해져서 집중하지 못하는 거죠.” 우리는 지금 이 끝없는 산만함의 상태를 ‘정상’이라 여기며 살아간다. 영국의 런던 킹스 칼리지 산하 ‘집중력 연구센터’에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성인의 49%가 “깊이 생각하는 게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라고 답했다. 그럼 이런 현실은 소셜 미디어의 무수한 알림과 뉴스, 정보의 범람 때문일까? 혹시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물론 우리가 늘 손에 쥐고 사는 스마트폰이야말로 집중력 저하의 주범이기 때문에 ‘무한대의 알고리즘’ 설은 꽤 설득력이 있다. 에디터 역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쇼츠와 알고리즘에 갇혀 시간을 허비할 때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집중해야 할 타이밍에 설정한 ‘방해 금지 모드’도 이 중독적인 패턴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앞서 언급한 연구진에 따르면 단지 스마트폰이 시야에 있는 것만으로도 작업 효율은 극도로 떨어진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알림은 그 자체로도 너무 강력하고 우리 뇌는 이미 이런 지속적인 방해 상태에 무감각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컴퓨터학과 연구진의 분석 결과 2004년만 해도 한 화면에 집중하는 평균 시간이 2분 30초였지만 2012년에는 75초로 줄었고, 지금은 고작 47초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국적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조사에서도 틱톡을 20분만 이용해도 집중력과 작업 기억이 모두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틱톡 이용자들은 평균적으로 한 영상당 3.3초만 본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의도적으로 중독성을 유발하도록 기능들이 설계됐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지 ‘디바이스’ 때문만은 아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바뀐 일하는 방식 또한 집중력 저하에 큰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 시대에 도입된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업무 환경은 많은 장점을 제공하는 동시에 다양한 디지털 시스템을 탄생시켰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메신저 알람과 수십 개의 협업용 단톡, 그리고 예전 같으면 5분 대화로 끝낼 간단한 업무마저 장황한 온라인 회의로 대신하게 되면서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겪는 이들도 많다. 이런 ‘지속적인 방해’의 환경에서 다시 몰입 상태로 돌아가기까지 평균 23분 15초가 걸린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지금 지속적인 산만함 속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몰입의 손상, 이대로 괜찮을까?

우리는 이 불안정한 집중력을 스스로 개선할 수 있을까? 물론 개인적인 경계를 설정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모든 알림을 대신 걸러주는 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불안과 산만함이 가득한 세상을 스스로 견뎌내야 한다. 에디터는 기사를 준비하면서 주변 지인들과 ‘집중력 유지 방법’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 친구는 ‘포모도로 기법(Pomodoro Method)’을 추천했다. 유튜브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으로 25분간 일에 집중한 다음 5분간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다. 산만해진 뇌를 훈련하는 데 효과적인데, 작업 시간 사이에 휴식이라는 작은 보상을 주면 더 오래 집중하게 되고 규칙적인 휴식이야말로 집중을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에디터에게 이 방법은 오히려 역효과였다. 완전히 집중해서 원고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타이머가 울리면 생각의 흐름이 끊겨 다시 몰입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짧은 인내력을 버텨가며 3회 정도 시도해봤지만 5분의 짧은 휴식은 10분과 15분으로 늘어났고, 다시 집중하는 데 걸린 시간도 걷잡을 수 없이 길어졌다. 또 다른 지인은 손으로 직접 기록하는 ‘투두 리스트’ 스케줄러 관리법을 추천했다. 최근 엑스 등의 커뮤니티에 기록의 능률을 높이는 #투두캘린더 #하루정돈플래너 활용법이 꽤 많이 등장하고 있긴 하다. 디지털 시대에도 이런 방식을 꾸준히 찾는 이유는 단순하다. 물리적인 필기 과정은 단순히 기억 이상의 행동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자들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행위는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정신적인 여유 공간까지 만들어준다”라고 말한다. 에디터도 주간 우선순위 플래너 서식을 활용해봤는데 하루 일정을 구조화하고, 일간 및 주간 단위로 해야 할 일을 체크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성격 유형 검사인 MBTI의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여줬을 뿐, 옆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 알람과 인스타 접속 유혹 탓에 대단히 긍정적인 효과는 느끼지 못했다. 단순히 ‘무엇을 해야 한다’를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고, 실제로 행동을 끌어내기 위한 외부의 동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력은 도둑맞지 않았다

주변 지인들에게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건 다름 아닌 운동이었다. 운동과 뇌과학의 상관관계는 오래전부터 여러 이론으로 증명되기도 했다. 운동을 하면 뇌 혈류량과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증가돼 집중력이 향상된다.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이나 간단한 스트레칭도 장기적으로 뇌 기능을 강화해 기억력 향상과 학습 능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영국 아든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인 애슐리 존스턴은 킥복싱 같은 격렬한 운동은 지속적인 집중 능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녀는 “참가자들이 훈련 중에 경험하는 명료함과 집중력은 다른 어떤 환경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말하며, 요가를 통해서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에디터가 평소 자주 쓰는 방법은 ‘음악’을 활용하는 거다. 아무것도 듣지 않을 때보다 피아노 음악이나 잔잔한 장르의 BGM을 틀어놓으면 몰입도가 좀 더 높아지기 때문. 물론 음악과 집중력의 관계 역시 찬반양론이 분분하다. 음악이 뇌의 특정 영역을 활성화해 주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반면, 다른 연구에서는 음악이 집중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은 미치지만 이해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상반된 결과를 보고했다. 물론 에디터도 소위 ‘케바케’로 결과는 들쭉날쭉할 때가 있었다.

산만함과 집중력 부족은 개인의 의지 문제일까? 애슐리 존스턴은 “집중력은 고정된 능력이 아니라 하나의 자원입니다. 의지의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닌, 소모됐다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 범주라는 거죠”라고 말하며, 우리가 집중하지 못한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자기실현적 예언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기술이 우리의 정신력을 산만하게 만드는 시대에 살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곧 집중력이 소멸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왜 이렇게 집중이 안 되지?”라고 자신을 몰아붙이는 행위가 더 큰 산만함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한 편의 영화를 빠른 재생 속도로 스킵하며 본다고 해서 정신력이 약한 것도, 시대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그 영화가 취향 대비 노잼이었거나 뇌가 잠시 휴식이 필요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점차 복잡해지고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 속 고자극 콘텐츠는 끊임없이 늘어나지만 집중력을 되찾고 회복하는 힘은 결국 개개인의 의지와 노력에 달렸다. 지금 어디에 주의를 기울일지는 각자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산만함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진짜 흥미를 못 느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의 투두 리스트는 좀 더 명확해지고 우선순위를 정해 집중하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writer 킴베리 본드(네덜란드 〈코스모폴리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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