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무역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35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비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내년 이후 성장세는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12월 9일 발표한 평가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긴장, 비용 상승, 글로벌 수요의 불균형으로 인해 세계 무역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2025년 하반기까지는 전반적인 확장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전망이 유지될 경우 2025년 전 세계 무역액은 전년 대비 약 7% 증가해 35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상품 무역은 약 6%, 서비스 무역은 약 9%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서비스 무역의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됐다.
부문별로는 제조업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무역개발회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분기 기준 제조업 무역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으며, 이는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확대에 따른 전자제품 교역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자동차 무역액은 같은 기간 4% 감소해 업종 간 명암이 엇갈렸다.
지역별로는 동아시아와 아프리카가 올해 글로벌 무역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수입은 여전히 강한 증가세를 유지하는 반면, 중국의 수입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글로벌 수요 구조와 공급망 재편 흐름이 지역별로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또한 2025년을 전후해 ‘우방국 아웃소싱(friend-shoring)’과 ‘근방국 아웃소싱(near-shoring)’ 추세가 다시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적 입장이 유사하거나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들 간의 교역 비중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무역 구조가 점차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한 평가가 제시됐다. 무역개발회의는 지정학적 파편화의 심화와 글로벌 경제의 취약성이 무역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2026년을 내다보면 세계 경제 성장 둔화, 부채 증가, 무역 비용 상승, 지속적인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세계 무역액의 성장세는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적인 무역 확대 흐름과 달리, 중장기적으로는 불안 요인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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