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팩트오픈] '인증 중고차' 2년, 현대차·기아는 정말 '레몬마켓' 정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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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팩트오픈] '인증 중고차' 2년, 현대차·기아는 정말 '레몬마켓' 정화했나

뉴스락 2025-12-16 22:58: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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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락] 중고차 시장의 '투명화'를 기치로 내걸고 등판한 현대차·기아의 '인증 중고차' 사업이 출범 2년을 맞았다.

완성차 제조사의 품질 보증으로 '레몬마켓(정보 비대칭으로 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의 고질적 병폐를 해소하겠다는 명분은 소비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화려했던 출발에 비해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정화라는 당초 목표는 'A급 매물 독식'이라는 비판과 함께 양극화 논란에 휩싸였다.

<뉴스락>은 진출 2년을 맞은 현대차·기아 '인증 중고차의 현주소'와 시장 변화를 짚어본다.

AI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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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 자처했지만...'1% 점유율'에 갇힌 2년 성적표

지난해 10월 경남 양산에 문을 연 현대 인증 중고차 센터. 현대차 제공 [뉴스락]
지난해 10월 경남 양산에 문을 연 현대 인증 중고차 센터. 현대차 제공 [뉴스락]

'레몬마켓'의 오명을 씻고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며 등판한 대기업의 성적표가 초라하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지 2년이 지났지만, 당초 우려됐던 독점 논란이 무색할 만큼 시장 장악력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고차 시장은 오랫동안 불신의 대명사였다. 허위 매물과 주행거리 조작, 강매가 판치는 시장 구조 속에서 소비자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해 있었다.

실제로 2022년 한국소비자연맹 조사에 따르면, 중고차 시장과 매매상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각각 14.8%, 11.2%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자 10명 중 9명이 시장을 불신하는 상황에서, 제조사가 직접 품질을 보증하는 인증중고차(CPO)는 시장 투명성을 제고할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졌다.

정부와 여론이 중소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진출을 용인한 배경이다.

다만, 출범 2년 차 현대차·기아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현대차와 기아는 구체적인 판매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업계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양사의 인증중고차 합산 판매량은 2만 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용인, 양산, 군산 등 주요 거점에 대규모 센터를 구축했음에도 용인과 군산 센터 판매량은 4000대, 양산 센터를 합쳐도 7000여 대 수준으로 추산된다.

기아 역시 7500대가량을 판매했으나, 렌터카 반납 물량을 제외한 순수 소매 판매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연간 250만 대에 달하는 국내 중고차 거래 규모를 감안하면 합산 점유율은 1% 미만이다.

이는 업계 1위 케이카(약 15만 대)는 물론, 2위권인 오토플러스(약 2만 대)와 비교해도 현격한 격차다.

부진의 핵심 원인은 단연 '가격'이다.

현대차·기아는 '출고 5년 이하, 주행거리 10만km 이내'라는 엄격한 기준으로 매물을 선별하고 신차급 상품화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투입된 비용이 고스란히 판매가에 전가된다는 점이다.

동급 매물 대비 최소 100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높게 책정된 가격은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중고차 소비 심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되려면 고가 매물 위주의 수익성 전략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단순한 판매상이 아닌 투명한 가격 기준점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현대차와 기아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주변 우려와 업계 반발을 의식해 대대적인 광고 홍보를 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투명성' 뒤에 숨은 시장 양극화...'A급' 독식과 'B급'의 소외

서울시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매매단지. 사진=이윤석 기자 [뉴스락]
서울시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매매단지. 사진=이윤석 기자 [뉴스락]

현대차·기아의 시장 진출 명분이었던 '시장 정화' 효과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귀결된다.

모바일 앱을 통한 360도 차량 확인, 정비 이력의 투명한 공개 등은 분명'깜깜이 거래'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했다.

이에 케이카, 리본카 등 기존 대형 업체들이 보증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7일 책임 환불제', '홈서비스' 등을 고도화하며 대응에 나선 점은 긍정적인 '메기 효과'로 평가받는다.

한국토요타자동차와 BYD 등 수입차 업계까지 인증 중고차 사업을 확대하며 품질 경쟁에 뛰어든 것도 시장의 질적 성장을 견인한 요소다.​

그러나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레몬마켓의 해소'보다는 '시장의 이중 구조화'가 고착화됐다.

문제는 매물 확보 단계에서 발생한다. 현대차·기아는 5년 미만, 주행거리 10만km 이내의 무사고 차량 등 상품성이 검증된 'A급 매물'만을 선별해 매입한다.

사실상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고 상태가 좋은 우량 매물을 거대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대기업이 선점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기존 중소 매매상사들을 'B급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양질의 물량을 대기업에 뺏긴 영세 상사들은 대기업 인증 기준에 미달하는 노후 차량이나 사고 차량 등 상대적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매물을 취급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알짜 매물 확보가 어려워지자 영세 딜러들은 마진율이 높은 저가 매물의 회전율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이는 자칫 허위매물이나 강매와 같은 구시대적 영업 행태를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업계 1위인 케이카 역시 이러한 시장 재편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케이카 관계자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완성차 업체의 진출은 중고차 시장이 개인 사업자 중심의 파편화된 시장에서 기업형 사업자 중심의 체계적인 산업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당사는 직접 매입 채널 강화와 AI 기반의 정교한 가격 책정 시스템, 책임 환불제와 같은 신뢰 기반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 점유율 규제 풀렸지만...전문가 "시장 정화 5년 이상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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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를 비롯한 대기업과 기존 대형 플랫폼의 검증 시스템이 강화되고 가격 장벽이 높아지자, 검증되지 않은 매물들이 규제가 느슨한 당근마켓을 비롯한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으로 숨어드는 모양새다.

최근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고차 거래 건수는 2023년 4만 6,869건에서 2024년 8만405건으로 1년 만에 2배 가까이 폭증했다.

같은 기간 경찰 수사 협조 요청 건수는 16건에서 86건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거래량 증가 속도를 훨씬 웃도는 피해 증가율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중고거래 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보배드림을 비롯한 자동차 커뮤니티의 직거래 장터나 인터넷 동호회에서도 개인 매물 등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중간 마진을 아끼려는 판매자와 조금이라도 저렴한 차를 찾는 구매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최소한의 성능 점검이나 사고 이력 검증조차 생략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이다.

이를 악용해 침수차나 전손 차량을 무사고 차량으로 속여 파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가 횡행하고 있다.

규제의 사각지대가 오히려 불량 매물의 온상이 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 5월 현대차·기아에 적용됐던 시장 점유율 규제가 완전히 풀리면서 무한 경쟁 체제가 예고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기업 진출이 즉각적인 시장 투명성 제고로 이어지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뉴스락> 과의 통화에서  "양질의 차량을 확보하는 매입 경쟁력과 상품화 역량을 갖추는 데는 막대한 자본뿐 아니라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수적"이라며 "현재 현대차·기아는 매입 기능이 약하고 판매 가격의 문턱이 너무 높아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 5월 규제가 완전히 풀렸음에도 아직 비즈니스 모델로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면서 "당초 기대했던 시장 정화 효과나 신차-중고차의 가격 방어 등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기까지는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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