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깊어지면서 포도 농가의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한때 선물용 과일의 대표처럼 여겨졌던 '샤인머스캣'이 시장을 빠르게 채우면서 가격이 낮아졌고, 경북 지역 중심으로 유지돼 온 포도 산업 역시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외국 품종에 장기간 의존한 구조는 생산비 부담을 키우고 수출 확대에도 걸림돌이 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경북농업기술원이 개발한 국산 신품종 포도가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샤인머스캣 이후의 길을 고민하던 농가들은 겨울철 재정비 시기를 맞아 품종 전환에 대한 관심을 더 키우고 있다. 단맛 중심의 경쟁만으로는 시장에서 버티기 어려워지면서, 식감·보관 편의성·수출 적응력 등을 함께 갖춘 품종이 필요해졌고 국산 육성 품종으로 눈길이 모이고 있다.
국산 품종으로 전환한 이유
영천 지역에서도 품종 전환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오랜 기간 외국 품종을 중심으로 밭을 운영해 온 농가들이 2년 전부터 재배 구성을 새롭게 조정하며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리스타와 레드클라렛을 들여온 농가들의 경우, 도입 이후 재배 방식 전반에서 여러 변화가 있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리스타는 2021년 경북농업기술원이 육성한 품종으로, 한입 베어 물면 아삭한 질감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수확 이후 쉽게 무르지 않아 보관 과정에서도 상태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레드클라렛은 적색 포도로 과즙이 풍부하고 껍질째 먹기 편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껍질의 질감이 부담스럽지 않아 생과 소비가 빠른 편이다. 농가가 국내 육성 품종으로 전환한 이유는 외국 품종 중심의 구조로는 장기적인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해외 품종은 로열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생산비가 증가할수록 가격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수출 시장을 고려하면 국산 품종이 안정적이라는 계산도 반영됐다.
경북 전역으로 확산하는 신품종 재배
경북은 국내 최대 포도 산지다. 이런 지역에서 국산 신품종 재배 면적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2022년 보급 초기에는 6.2헥타르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약 120헥타르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몇 년 사이 확연한 증가세가 나타나며, 시험 단계에서 실제 재배 단계로 옮겨 가고 있다는 흐름이 확인된다.
신품종 포도는 당도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품종별로 10브릭스에서 22브릭스 구간을 형성하며, 식감과 보관 편의성도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한다. 수출처럼 장거리 이동이 필요한 시장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특히 중요하다. 쉽게 물러지지 않고 맛의 변화가 적어 유통 과정에서 손실이 줄어든다는 점이 농가에서 높게 평가된다.
수출 물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산 신품종 포도의 수출량은 2023년 2천5백 킬로그램에서 지난해 약 7천 킬로그램으로 확대됐다. 물량 증가와 함께 수출국도 늘어 미국과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가로 판로가 형성되고 있다. 하나의 품종에만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조금씩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기술 안정화와 판로 확보가 다음 과제
다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신품종 재배는 아직 초반 단계라 품종별 특성에 맞춘 재배 기술이 농가 전반에 충분히 축적됐다고 보기 어렵다. 가지치기 방식, 착과 조절, 수확 시점 결정 등 품종 특성을 감안한 관리 기술을 정리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이 자리 잡기 전까지는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소비자 인지도 문제도 남아 있다. 품종 이름이 생소하다 보니 시장에서 빠르게 선택받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통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소개와 판매 경로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 수출을 목표로 하는 농가일수록 현지 기준에 맞춘 재배 방식과 관리 시스템을 세심하게 마련해야 한다.
경북농업기술원은 이러한 변화 속도에 맞춰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에 신품종이 정착하도록 재배 매뉴얼을 보급하고, 수출 단지를 중심으로 현장 상담과 교육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농가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안정적인 생산 흐름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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