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12월은 무의 맛과 영양 성분이 가장 풍부해지는 시기다. 김장철이 지나고 남은 무나 요리하고 남은 자투리 무는 냉장고 한구석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무는 수분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채소라 관리가 소홀하면 수분이 빠져나가 조직이 푸석푸석해지는 이른바 ‘바람 든’ 현상이 발생한다. 무의 단단한 식감과 맛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위와 현재 상태에 맞춰 보관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통무 보관은 무청 제거가 우선
흙이 묻어있는 통무를 보관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줄기인 '무청'을 잘라내는 것이다. 무청에는 생장점이 있어 수확 후에도 계속 자라려는 성질이 강하다. 줄기를 그대로 두면 뿌리 쪽에 저장된 수분과 영양분이 줄기 쪽으로 이동해, 무가 금방 시들고 맛이 떨어지게 된다.
줄기를 제거한 뒤에는 흙을 씻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는 편이 좋다. 무 표면에 묻은 흙이 외부의 온도 변화를 막고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 천연 보호막이 되기 때문이다. 손질을 마친 무는 신문지나 키친타월로 한 개씩 감싸준다. 종이가 무 호흡 시 발생하는 수분을 흡수해 알맞은 습도를 유지해 준다. 이렇게 포장한 무를 햇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이나 냉장고 채소 칸에 두면 장기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자투리 무 보관은 밀폐가 생명
요리하고 남은 조각 무는 껍질이 벗겨지고 단면이 드러난 상태라 통무보다 부패 속도가 빠르다. 핵심은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무의 절단면이 공기에 노출되면 산화 반응이 일어나 색이 갈색으로 변하고 수분이 급격히 증발해 식감이 질겨진다. 따라서 자른 단면을 랩으로 빈틈없이 감싸거나, 지퍼백에 담아 공기를 뺀 뒤 밀폐 용기에 보관해야 한다.
보관 전 물기 제거도 필수다. 무 표면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돼 쉽게 무른다. 씻지 않은 상태라면 마른 행주로 겉면만 닦아내고, 이미 물에 씻은 상태라면 키친타월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밀폐 용기에 넣어야 한다. 냉장 보관 시 투명한 용기를 사용하면 무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어 관리에 용이하다.
장기 보관할 때는 가열 후 냉동
무를 다 먹지 못해 오래 보관해야 한다면 냉동 보관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때는 무를 국거리용 나박썰기나 조림용 두껍게 썰기 등 나중에 사용할 용도에 맞춰 미리 썰어둔다. 주의할 점은 생무를 그대로 얼리는 방식은 피하는 편이 낫다. 생무를 얼리면 무 속의 수분이 얼면서 세포벽을 파괴해, 해동했을 때 식감이 흐물흐물해진다.
식감 저하를 막으려면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무를 살짝 데친 후 식혀서 얼리는 방법을 권장한다. 데치는 과정에서 효소 반응이 억제돼 식감 변형을 줄일 수 있다. 냉동한 무는 요리할 때 해동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끓는 국이나 찌개에 넣어야 맛과 식감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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