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예년보다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입시를 준비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른바 '몰입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수험생들의 학습 효율과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입소문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일종의 '학습 보조제'로 자리 잡는 분위기지만 전문가들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효과에 과도한 기대를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치동 학부모 커뮤니티와 포털 지식인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최근 몰입제 관련 후기와 구매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알려진 품절 이력과 제한된 판매 방식이 관심을 더욱 자극하면서 "이온음료와 함께 섭취하면 효과가 좋다", "어릴 때부터 먹일수록 산만함이 줄어든다"와 같은 비공식적 조언도 퍼지고 있다. 일부 게시글에서는 해당 제품을 섭취한 뒤 자녀가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경험담까지 등장하며 '입시 필수템'처럼 소비되는 모습도 관찰된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이 제품은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라 유통되고 있으며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목적으로 한 약물은 아니다. 성분 역시 과라나추출물, 마그네슘, 아연, 타우린 등 일반 자양강장제나 에너지 음료에 흔히 포함되는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 예약구매만 가능하며 약국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의 관심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백경희 씨(51·여)는 "주변에 집중력 영양제를 먹이는 부모들이 많다"며 "산만한 아이는 어릴 때부터 먹이는 것이 좋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작용 이야기가 없어 필요하다면 구매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 역시 학습 효율을 높이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제품을 접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예훈 씨(24·남)는 재수 기간 몰입제와 유사한 영양제를 섭취한 적이 있다고 밝히며 "갑자기 집중력이 폭발적으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보다 차분해지고 실수가 줄어든 느낌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서울권 상위 대학에 진학했다며 "중요한 시험이 있을 때면 지금도 생각이 날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비 행태가 '입시 불안'과 맞물려 나타나는 전형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입시 난도가 높아지고 경쟁이 심화될수록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습능력 향상에 도움될 수 있다는 모든 가능성을 탐색하게 되고 이에 따라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까지 '마지막 기댈 언덕'처럼 받아들여지기 쉽다는 것이다.
입시 경쟁이 높아질수록 학부모와 학생들은 새로운 보조 수단을 찾게 되고 이 과정에서 건강기능식품이 일종의 '심리적 안전장치'로 소비되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효과나 입시 성공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는 만큼 학습 능력 향상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적절한 기대 수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치동처럼 교육 경쟁이 극심한 지역일수록 부모들이 집중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영양제까지 찾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주변의 긍정적 사례가 반복되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라도 심리적 의존이 생기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적 향상은 학습 과정의 공정성과 노력의 축적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영양제만으로 집중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