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산·여수·울산 산업단지 내 석화 시설 구조 개편 시한이 임박하면서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도 함께 고조되는 분위기다.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폐합을 통한 산업 재편은 필연적으로 인력 조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GS칼텍스와 설비 통폐합 방안을 논의 중인 LG화학은 지난 5월에도 워터솔루션(수처리 필터) 사업 매각 과정에서 노조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당시 노조는 워터솔루션 매각을 비롯한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고용 불안을 호소하며 무기한 천막 농성에 돌입했고 이로 인해 사측의 매각 협상이 지연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통폐합 과정에서 이전보다 더 큰 노조 반발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수·울산 산단 내 NCC 통합 논의가 답보 상태인 것도 '고용' 문제가 얽혀 있어서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간 여천NCC 생산 감축 논의가 대표적인 예다. 여천NCC 공동 대주주인 양사는 최근 에틸렌 공급 가격에 대한 협상은 타결했지만 셧다운(가동 중지) 대상 공장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DL케미칼 측은 회사 생존을 위해 여천NCC 내 NCC 설비를 90만t에서 최대 140만t까지 감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화솔루션에 대한 에틸렌 공급량 감소와 인력 조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대체 공급망을 찾아야 하는 한화솔루션과 고용 불안 걱정이 큰 여천NCC 노조 측 반대로 이번 주 내에 합의안 도출이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충남 대산 산단 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지난달 말 사업 재편안을 선제적으로 제출했다. NCC 재편 과정에서 HD현대케미칼이 롯데케미칼 직원 전원에 대한 고용 승계를 결정한 것이 합의안 도출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울산 산단은 2022년부터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선 결과 노사 대립 양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울산 산단 내 에쓰오일,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이번 주 중 사업 재편안 초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부 NCC 공정 셧다운이 불가피해 인력 이동·전환 배치를 놓고 잡음이 불거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화 구조조정은 설비 감축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고용 조정이라는 현실적 부담이 뒤따른다"며 "노조와 협의가 원활하지 않으면 기업이 준비한 재편안 자체가 지연되거나 인건비 부담 등으로 인해 NCC 감축 효과가 크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설정한 NCC 감축 목표치는 270만~370만t 규모다. 이번 구조 재편에 따라 내년 산업 생산은 3조3000억∼6조7000억원, 부가가치는 5000억∼1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고용도 최대 5000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도 지난 5월 여수를 '산업 위기 선제 대응 지역'으로 지정해 긴급 자금을 투입하고 협력업체·소상공인에 대한 정책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국회도 이달 초 세제·재정·금융지원과 규제 특례 등을 담은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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