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게임 산업은 신작과 흥행보다 게임을 둘러싼 인식과 구조의 변화가 전면에 드러난 한 달이었다. 대통령의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시작으로, 장수 IP의 서비스 종료와 애드온 생태계 변화, 출시 직후 시험대에 오른 신작 논란까지 게임 산업을 둘러싼 기준과 방향성이 동시에 흔들렸다.
1. 이재명 대통령 "게임은 질병 아니다"…수년 논쟁에 종지부 찍나
10월 업계를 관통한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15일 서울 성동구 크래프톤 펍지 성수에서 열린 ‘K게임 현장간담회’에서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게임 산업만을 주제로 한 간담회를 직접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발언은 세계보건기구의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등재 이후 수년간 이어져 온 논쟁에 사실상 정치적 방향성을 제시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게임문화재단, 게임인재단,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9개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업계는 이번 발언을 단순한 격려 차원을 넘어, 게임을 질병이 아닌 문화 산업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의 계기로 평가했다. 대통령은 게임을 대한민국 문화산업의 중추로 규정하면서도, 과몰입 문제에 대해서는 균형 잡힌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함께 밝혔다.
질병 코드 논쟁, 주 52시간제, 판호 문제 등 구조적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10월의 이 발언은 게임 산업 전반에 상징적인 분기점으로 기록될 만한 장면이었다.
2. 넥슨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서비스 종료
넥슨은 10월 16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2023년 1월 프리 시즌을 거쳐 PC·모바일·콘솔 크로스플레이를 내세운 글로벌 프로젝트였지만, 약 2년 9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언리얼 엔진 기반의 그래픽 개선, 시즌 패스 중심의 BM, 낮은 진입 장벽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출시 초기에는 모바일 스토어 1위를 기록하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콘텐츠 부족과 조작감 변화, 느린 스피드감 등으로 장기 흥행에는 실패했다.
넥슨은 이미 지난 6월 서비스 종료를 예고하며, 장기적인 서비스 지속이 어렵다는 판단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카트라이더’ IP 자체는 종료되지 않는다. 넥슨은 원작 기반의 신작 ‘카트라이더 클래식’을 개발 중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번 종료는 단일 게임의 실패를 넘어, 글로벌 크로스플랫폼 전략이 국내 대표 IP에 반드시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3. 와우 애드온 ‘위크오라’ 지원 중단 선언…UI 생태계의 균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애드온 생태계를 대표하던 ‘위크오라’ 개발진이 10월, ‘한밤’ 확장팩 이후 업데이트 중단을 선언했다. 블리자드가 전투 중 동작하는 애드온을 전면 제한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결정이었다.
‘위크오라’는 편의 기능 뿐만 아니라 전투 로직을 직접 설계할 수 있을 정도로 확장성이 높은 애드온이었다. 사실상 레이드 콘텐츠에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아 왔다. 개발진은 블리자드의 API 제한이 애드온을 ‘그림 도구 수준’으로 축소시킬 것이라며, 핵심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블리자드는 애드온 의존도를 낮추고 기본 UI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련의 발언들은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와 동시에 와우 문화 전반의 변화를 예고한다. 편의성 표준화와 자유도 축소 사이에서, 유저 커뮤니티의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4.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흥행과 논란 사이…출시 직후 시험대
슈퍼크리에이티브의 로그라이크 덱빌딩 RPG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는 출시 4일 만에 글로벌 2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그러나 성과와 함께 잡음도 뒤따랐다.
초반 서버 불안정, 콘텐츠 피로도, 스토리 전개에 대한 비판이 동시에 제기됐다. 김형석 PD는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사과문과 함께 개선 계획을 공개하며, 스토리 톤 강화와 전투 피로도 완화를 예고했다.
특히 캐릭터 연출이 플레이어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 로그라이크 구조의 반복성 문제, 스토리의 구조적 불쾌함 등은 개발진이 직접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밝혔다. 첫 시즌 업데이트 ‘은하계 재해’ 역시 공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월의 ‘카제나’는 흥행과 검증이 동시에 진행된 사례였다. 초기 반응이 장기 서비스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시험대가 된 셈이다.
5. 정치권 스타 대결…‘민속놀이’가 된 게임 문화
추석 연휴 기간, 이준석 대표와 김재섭 의원이 스타크래프트로 맞대결을 펼친다는 소식은 10월 게임 커뮤니티에서 이례적인 화제를 모았다. ‘민속놀이’라는 표현이 실제 정치 행사로 구현된 사례였다.
전직 프로게이머와 전 감독, 캐스터까지 참여한 이 이벤트는 정치적 대립을 넘어 화합을 상징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생중계와 기부까지 더해지며 게임 문화의 사회적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민주당 모경종 의원의 참여 철회와 그 배경 역시 함께 주목받았다. 게임이 정치적 맥락에서 민감한 영역이 될 수 있음을 동시에 드러냈다.
10월은 화려한 신작보다 게임을 둘러싼 사회·정책·구조 변화가 전면에 드러난 달이었다. 대통령의 발언, 장수 IP의 종료, 애드온 생태계 변화는 각각 다른 지점에서 게임 산업의 다음 국면을 예고했다.
이달의 키워드를 하나로 요약하면, 게임을 둘러싼 기준이 바뀌기 시작한 달이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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