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와 금융사를 중심으로 창업자·전문경영인·이사회 간 역할을 명확히 분리하는 이른바 '3분업 지배구조'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창업자는 미래 사업과 장기 전략 방향성을 제시한다. 전문경영인은 경영 집행에 집중하고 이사회는 감독·견제 기능을 수행한다.
일찍이 글로벌 기업들은 창업자 중심 체제를 벗어나 전문경영인 중심 구조로 전환했다. 경영진과 이사회의 역할 분리를 핵심 원칙으로 삼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해 왔다.
아마존은 2021년 제프 베이조스가 CEO에서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 중심의 체제를 구축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사티아 나델라 CEO 체제 이후 전략적 감독 기능을 강화해 이사회 독립성을 보강했다.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알파벳(구글) 또한 이사회 별도의 독립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메타(페이스북)는 마크 저커버그가 이사회 의장과 CEO를 겸임하지만, 경영 실무는 전문경영인 비중이 크게 강화된 형태로 진화 중이다.
이 같은 추세는 글로벌 금융 그룹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골드만삭스·JP모건·UBS 등은 CEO가 경영 집행을 총괄하고 이사회는 리스크 관리·감시·중장기 전략을 맡고 있다. 다수의 독립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월가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두고 "창업자가 모든 의사 결정에 관여하던시대는 1970년에 끝났다"고 평가한다. 투자자 신뢰 제고와 책임 경영을 위해서는 창업자·전문경영인·이사회 역할 분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두고 '경영진의 이사회 완전 배제'로 단순 해석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영진을 이사회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것은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아서다. 실제로 선진국 빅테크 기업들은 CEO가 등기이사로서 이사회에 책임을 지되 독립이사·독립의장을 중심으로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즉, '감독 기능 강화'라는 큰 틀 아래에서 이사회와 경영진의 역할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골자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닿아 있는 사례가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일찍부터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 체제를 도입해 경영의 전문성·책임성을 강화했다.
창업자 박현주 회장은 장기 비전과 전략 수립에 집중하고 경영 실무는 전문경영인이 전담하는 구조를 구축해 기업 운영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확보했다. 또한 각 계열사 이사회를 경영 견제와 전략적 감독의 핵심 축으로 둬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를 확고히 했다. 이로 인해 경영진의 책임성과 투명성이 한층 제고됐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기반으로 한 미래에셋의 지배구조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채택한 방향성과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도 창업자 이해진 의장이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고 최수연 대표를 비롯한 전문경영인이 실질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2012년부터 이사회 과반수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검토를 거친 독립성이 검증된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있다. 크래프톤 또한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고 있다. 창업자 정병규 의장이 이사회 의장에 자리하고 있지만, 전체 이사회 7명 중 5명을 사외이사로 구성해 견제장치를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선진 기업들은 창업자와 경영, 이사회의 역할을 철저히 분리해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며 "미래에셋, 네이버, 크래프톤 등 국내 기업들 역시 전문경영 체제를 기반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추는 방향을 지속해오고 있다는 점이 큰 의미를 지닌다"이라고 말했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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