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관광 산업이 엔데믹 이후 질적 성장을 위한 변곡점에 섰다. 정부가 판을 깔고 민간 기업이 그 위에서 기술과 데이터를 무기로 뛸 때 비로소 글로벌 경쟁력이 생긴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2월 4일 서울 성수동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2025 K-관광협력단 결과보고회’ 현장. 항공, 숙박, 쇼핑, 플랫폼 등 관광 최전선에 있는 150여 개 기업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단순한 성과 공유를 넘어 내년도 한국 관광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전문가 세션 연사로 나선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는 K-관광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 대표는 관행적인 협력을 넘어선 '실질적 결합'을 강조했다.
정 대표가 던진 화두는 명확했다. 정부 주도의 협력 플랫폼이 단순히 기업들을 모아두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이 가진 정책적 지원망에 민간이 보유한 실행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한국 관광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데이터'와 '콘텐츠'다. 과거 오프라인 중심의 홍보나 단순 모객 활동으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여행 트렌드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 대표는 콘텐츠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의 흥미를 유발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들을 실제 방문으로 이끄는 정교한 타겟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콘텐츠와 데이터 기반의 협업 모델이야말로 외국인 관광객 유입을 확대하는 열쇠"라며 "단순 방문을 넘어 한국에 오래 머물고 지갑을 여는 '체류형·소비형 관광'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광 산업은 항공, 숙박, 액티비티, 쇼핑 등 다양한 분야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정 대표는 각 분야가 제각각 움직여서는 시너지를 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각 업종이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만 사용자 경험(UX)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이다. 정부는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적 지원과 인프라를 제공하고, 민간 플랫폼은 고도화된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투입해 이 생태계를 작동시켜야 한다. 정 대표는 이 구조가 정착될 때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상생 모델'이 완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립비토즈 측은 이번 강연이 정부와 민간이 함께 그려온 협력 모델의 가능성을 재검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자평했다. 회사 관계자는 "문체부와 한국방문의해위원회의 정책 방향에 맞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행사를 주최한 K-관광협력단은 문체부와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주도하는 민관 협력 네트워크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와 내수 활성화를 목표로 운영되며, 이번 보고회를 기점으로 내년도 협력 사업의 고삐를 더욱 죌 예정이다.
Copyright ⓒ 스타트업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