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80원에 육박하면서 환전 부담이 커지자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이른바 '서학개미'의 미국 증시 순매수는 이어지고 있지만, 매수 규모는 급격히 줄어든 모습이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주식을 2억2828만 달러(약 3373억원) 순매수 결제했다. 이는 직전 주(10억786만 달러·약 1조4893억원) 대비 77.35% 감소한 수준이다. 2주 전 순매수 결제액 13억6996만 달러(약 2조2044억원)와 비교하면 감소 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 주식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관심 자체는 유지되고 있지만, 고환율 환경이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며 투자 규모를 줄이게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달러 환전에 따른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실제 이 기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1468.8원에서 1473.7원으로 4.9원 상승했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야간 거래에서 1477.0원을 기록하며 1480원 선에 근접했다.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자 외환 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당국은 일요일이었던 지난 14일 긴급 회의를 열고 환율 급등 상황을 점검했지만, 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식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달러화 약세 폭이 축소된 것은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거론됐던 비둘기파 성향의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지명 가능성이 낮아진 영향"이라며 "해싯 위원장이 배제될 경우 가파른 금리 인하 기대가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고용은 견조하고 물가는 안정돼 가고 있다며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언급한 점도 달러화 낙폭을 줄였다"며 "이번 주 미국 고용지표 발표를 앞둔 불확실성이 달러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율 부담과 글로벌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당분간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투자 역시 속도 조절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