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페라리가 차세대 모델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 패널을 적용한다. 단순한 부품공급 계약을 넘어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가 차량 내 디지털 경험을 핵심 경쟁 요소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16일 페라리는 삼성디스플레이와 협력해 차세대 차량에 적용할 첨단 OLED 디스플레이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차량용 OLED는 초슬림 베젤 설계와 완전한 블랙 표현, 높은 명암비를 강점으로 한다. 이는 디자인 자유도가 중요한 페라리 인테리어 콘셉트와 맞물리며 최종 채택으로 이어졌다.
이번 협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엔진과 주행성능을 중심에 뒀던 페라리가 디지털 UX와 인테리어 경험을 전략의 전면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고성능을 기본 전제로 하는 럭셔리 스포츠카 시장에서 이제 차별화의 무게중심은 어떻게 달리느냐에서 차 안에서 무엇을 경험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에르네스토 라살란드라(Ernesto Lasalandra) 페라리 최고 연구개발 총괄은 "얇고 가벼운 OLED 패널 설계 및 제조 분야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전문성은 차세대 페라리의 디지털 환경을 진화시키는데 중요한 요소였다"라고 설명했다.
에르네스토 라살란드라(Ernesto Lasalandra) 페라리 최고 연구개발 총괄. ⓒ 페라리
다만 그는 기술적 우수성보다도 "럭셔리 세그먼트에서 고객의 탑승 경험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에 방점을 찍었다.
OLED 채택은 단순히 화질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곡면·비정형 설계가 가능한 OLED 특성상 페라리는 운전자 중심 레이아웃은 물론 동승자 인터페이스까지 포함한 고도의 맞춤형 디스플레이 구성이 가능해진다. 이는 브랜드 고유의 감성과 개인화를 중시하는 페라리의 비스포크(Bespoke)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에르네스토 라살란드라 총괄은 "삼성 OLED 기술을 활용하면 독창적인 레이아웃과 고도로 개인화된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다"며 "이는 차량의 미학과 기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요소다"라고 강조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이번 협력은 상징성이 크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동화, AI 기반 사용자 경험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차량용 OLED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굳히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박진우(Zin-U Pak) 삼성디스플레이의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총괄 부사장은 "페라리는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다"라며 "양사의 협력은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술 리더십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진우(Zin-U Pak) 삼성디스플레이의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총괄 부사장. ⓒ 페라리
그는 자동차산업의 변화를 공간의 진화로 정의했다. 박 부사장은 "자동차는 더 이상 이동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모바일 오피스이자 몰입형 생활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 변화의 중심에는 디스플레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업은 럭셔리 자동차시장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브랜드 정체성, 성능, 감성이라는 전통적 요소에 더해 디지털 인터페이스와 시각적 경험이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라리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협력을 '산업 간 기술 교류(cross-industry contamination)'로 규정한다.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서로 다른 산업의 기술이 융합되며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를 'DRIVE'라는 키워드로 정리한다. 디자인 차별화(Design Differentiation), 신뢰성(Robust Reliability), 지능형 안전(Intelligent Safety), 시각적 완성도(Visual Excellence), 확장성(Expanded & Extendable)이다. 단순한 화면을 넘어 차량 경험 전체를 설계하겠다는 방향성이 담겼다.
결국 이번 협력은 페라리가 디지털 시대의 럭셔리를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지 그리고 삼성디스플레이가 자동차 디스플레이 혁신의 중심에 어떻게 자리 잡을 것인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다. 차세대 페라리에 적용될 OLED가 단순한 부품을 넘어 브랜드 경험의 핵심 장치로 기능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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