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등용문’으로 통하는 무대가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관계 부처가 총출동해 유망 창업팀을 가리는 ‘도전! K-스타트업’이다. 매년 수천 개의 팀이 도전장을 내밀지만, 최종 무대인 왕중왕전에 오르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올해는 무려 7,000여 개 팀이 몰렸다.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충남 천안에 둥지를 튼 한 스타트업이 유의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충남콘텐츠진흥원은 16일, 천안 그린스타트업타운(복합형 스타트업파크) 입주기업이자 천안시 ‘씨스타(C-STAR)’ 선정 기업인 주식회사 워터베이션이 ‘도전! K-스타트업 2025’ 왕중왕전에서 장려상을 거머쥐었다고 전했다. 이번 수상은 수도권에 집중된 스타트업 투자 빙하기 속에서도 지역 기반 기술 기업이 전국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번 대회의 핵심은 ‘검증’이다. 예선부터 본선, 결선을 거쳐 왕중왕전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 전문가들이 기술력과 시장성을 현미경 검증한다. 워터베이션이 내세운 무기는 ‘대기오염물질 처리 및 공기정화 장치’다. 최근 전 지구적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와 맞물려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실질적인 공기질 개선 솔루션을 제시한 점이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딴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히 아이디어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기술 고도화를 이뤄낸 점이 주효했다. 워터베이션은 이번 대회에서 대한민국 TOP 10에 이름을 올리며 기술적 완성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비록 최우수상이나 대상은 아니지만, 전국 각지의 내로라하는 7,000개 팀 중 최종 라운드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것만으로도 시장 진입을 위한 ‘보증수표’를 확보한 셈이다.
워터베이션의 이번 성과는 기업 단독의 노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스타트업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건너기 위해서는 초기 자금과 공간, 그리고 멘토링이 필수적이다. 워터베이션은 충남콘텐츠진흥원의 입주기업 지원 프로그램과 천안시의 유망 스타트업 육성 프로젝트인 ‘씨스타(C-STAR)’의 수혜를 입었다.
충남콘텐츠진흥원은 입주기업들에게 기술사업화 R&D 자금 지원부터 투자 유치 연계, 국내외 전시회 참가 기회까지 제공하며 ‘밀착형’ 지원을 펼쳐왔다. 천안시 역시 지역 유망 기업을 발굴해 성장을 돕는 씨스타 프로그램을 통해 워터베이션의 스케일업을 도왔다. 이번 수상은 지자체와 진흥원의 지원 사격이 실제 기업의 성과로 이어진 모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다만 과제도 남았다. 왕중왕전 수상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이제는 실제 매출 발생과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실적’을 보여줘야 할 때다. 투자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이번 수상 타이틀을 어떻게 후속 투자 유치로 연결할지가 관건이다.
충남콘텐츠진흥원 김곡미 원장은 이번 성과에 대해 지역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 현장에서 실효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진흥원 측은 앞으로도 씨스타 기업을 포함한 지역 스타트업들이 자생력을 갖추고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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