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필드 효과'라는 말이 일상화될 만큼 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는 그간 신규 개장 때마다 주변 주거지 가치 상승을 이끌어왔다. 하남·수원·고양 등 여러 지역에서 이미 검증된 사례가 반복되면서, 파주 운정신도시에 문을 연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 역시 비슷한 흐름을 탈 것이란 기대감이 입주민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개장 직후 일부 단지에서 미미한 반등 조짐이 감지되는 것과 달리 신도시 전반으로 확산되는 상승세는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장은 스타필드 개장 자체보다 교통 인프라 개선, 지역 자족 기능 확충 등 복합 요인이 작용해야 본격적인 주거 가치 상승이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운정신도시 특유의 구조적 특성 또한 가격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인파 몰린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생활 편의성 개선에도 집값은 관망세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에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이 지난 5일 정식 개장했다. 3~4일간의 프리오픈 기간을 거친 뒤 문을 연 시설은 기존 대형 스타필드와 달리 지역 생활권 중심의 '커뮤니티형 쇼핑몰'로 기획됐다. 지상 1층부터 4층까지 취미·여가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시설, 교육·놀이 복합 콘텐츠 등 일상 소비 성향이 높은 주민 특성을 고려한 구성이 특징이다.
스타필드 빌리지에는 아우디, BYD 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브랜드뿐만 아니라 부산 지역에서 유명한 떡볶이 브랜드도 입점해 있었다. 개장 첫 주 르데스크가 방문한 평일 오후에도 쇼핑시설 내부에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방문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눈에 띄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어린 아이들을 위해 개최된 핑크퐁 팝업스토어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동안 스타필드가 개장한 지역에서는 하남·안성·수원·고양 등지를 중심으로 인근 아파트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해 왔다.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자 최근 스타필드가 문을 연 운정신도시에서도 입주민들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스타필드가 개장한 지역에서 집값이 상승한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월 개장한 '스타필드 수원'은 현재까지 인근 아파트 가격 상승 흐름을 견인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스타필드 수원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화서역파크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6일 12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스타필드 수원 개장 직후인 지난해 2월 10억75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해 약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인접한 '화서역푸르지오 브리시엘' 역시 동일 면적 기준으로 같은 기간 6000만원 상승해 12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스타필드 고양 인근 아파트 단지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2015년 입주를 시작한 '삼송아이파크2차' 아파트는 스타필드 고양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스타필드 고양이 개장한 2017년 당시 전용 84㎡의 실거래가는 6억3000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에는 8억8500만원에 거래되며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다만 운정신도시의 경우 현재까지는 이러한 상승세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 문의가 증가하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전반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거래량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잔금 부담을 겪는 일부 임대인들은 오히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아 시장 혼조세가 심화되고 있다.
운정신도시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스타필드 개장 이후 관심 문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적인 상승 국면으로 판단하기엔 이르다"며 "일부 매도자는 매물을 회수하고 관망하는 반면 자금 부담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매매를 서두르는 양상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운정신도시는 중장기적으로 교통·산업 인프라가 크게 개선될 예정이라 추후 상승 가능성 자체는 여전히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운정 집값 변수는 스타필드보다 'GTX'…주거 가치 상승의 열쇠는 교통망 확충
운정신도시에서 집값의 핵심 동력은 대형 쇼핑몰이 아니라 '교통 접근성'이라는 인식이 뚜렷하다. 서울 출퇴근 비중이 높은 지역 특성상 쇼핑 인프라 확대보다도 GTX-A 개통, 서해선 연장, 철도망 다변화 등이 실질적인 가격 변동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GTX-A 노선의 운정중앙역~서울역 구간이 개통되면서 기존 90분 이상 소요되던 운정~서울역 이동 시간이 22분대로 단축됐다. 이로써 운정·킨텍스·대곡·연신내·서울역으로 이어지는 광역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고, 향후 GTX-A가 동탄까지 완전 개통되면 서울 전역과의 연결성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내년 개통 예정인 서해선 연장은 수도권 서남부와의 연결성을 넓히며 운정신도시의 광역 생활권 확장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경의중앙선까지 감안하면 운정은 장기적으로 3개 철도망을 기반으로 수도권 북부 핵심 교통 요충지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역 내 자족 기능 확보를 위한 대규모 개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파주 서패동 일대 44만여㎡ 규모 부지에 조성되는 '파주 메디컬 클러스터'가 본격화되며, 종합의료시설·바이오 융복합 단지·의료 연구단지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 도시 인프라 확충이 예정돼 있다. 이는 운정신도시가 단순한 베드타운을 넘어 일자리·의료·산업 기능을 갖춘 신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입주민들 사이에서도 쇼핑몰 입점보다는 교통 여건이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스타필드 인근에 거주하는 박승균 씨(49·남)는 "스타필드가 들어서면 주변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는 이야기는 이전 사례를 통해 들어왔다"며 "운정신도시는 생활 여건은 좋은 편이지만 파주 내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보다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비중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역세권이나 서울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버스 노선 주변 아파트들이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어왔다"며 "다른 지역은 잘 모르겠지만 이 동네는 교통 여건이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스타필드 개장은 생활 인프라 개선에는 확실한 긍정 효과가 있지만, 운정신도시는 이미 수년 전부터 교통망이 가격 결정의 핵심 변수로 자리잡았다"며 "GTX·서해선 개통과 메디컬 클러스터 조성 등 대규모 개발이 본격화되면 지역 가치는 중장기적으로 크게 재평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운정신도시의 부동산 가격 반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울 접근성 개선이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로의 접근성이 우수할수록 주거 가치가 높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며 "운정신도시는 아직 이 부분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향후 교통 여건이 개선된다면 각종 개발 호재가 누적된 지역인 만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여지는 충분하다"며 "최근 수도권 전반에 스타필드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과거만큼의 희소성이 약해진 점도 가격 형성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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