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후 발표
사업 재편에 29조원 비용 발생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미국의 대표 완성차 업체 포드가 195억달러(한화 약 28조6천억원)의 비용을 감수하며 대형 전기차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구매에 적용되던 세액 공제 혜택을 없애면서 포드가 수익성이 좋은 하이브리드 차량과 내연기관 차량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고 16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포드는 주력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 등 대형급 전기차 모델 생산을 중단하고 트럭 및 밴(승합차), 저가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포드의 내연기관 및 전기차 사업 총괄인 앤드루 프릭은 14일(현지시간) 언론사 대상 전화 회의에서 "수익성 확보 가능성이 없는 대형 전기차에 수십억달러를 쓰는 것 대신 이 돈을 수익성이 더 좋은 영역에 배정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전략 변경으로 포드가 떠안을 비용은 2027년까지 세전 기준 19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중 125억달러는 올해 4분기 포드의 전기차 자산을 재편하는 비용으로 집계되며, 여기엔 SK온과의 배터리 합작사업을 종료하는 비용 30억달러가 포함된다고 FT는 전했다.
SK온은 포드와 함께 만든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미국 테네시 공장을 단독 운영할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 때 강화했던 미국 자동차 연비 규제를 완화하는 등 친환경 차량보다는 내연기관 차량에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월 말 전기차 구매 때 적용되던 7천500달러(약 1천1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없앴다.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이 조처 이후 10월 미국의 전기차 생산량은 전달 대비 약 49% 급감했다.
포드의 대형 전기차 사업은 지금껏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력 상품인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은 생산 비용이 높은 데다 소비자 혹평까지 겹치면서 11월 판매량이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72% 줄었다.
포드의 전기차 사업부인 '포드 e'는 작년 51억달러(약 7조5천억원)의 손실을 냈고, 올해 1∼3분기에도 36억달러(약 5조3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포드는 이번 전략 변경 이후 전기차 사업을 2029년께 흑자 전환할 계획이라고 했다.
F-150 라이트닝은 내연 기관과 전기 모터를 동시 탑재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바꿔 주행거리를 늘리고, 생산 비용이 적게 드는 중소형 저가 모델 중심으로 전기차 제품군을 개편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앞서 지난주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프랑스 르노와 합작해 소형 전기차 및 밴을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생산 비용을 낮추고 신차 개발 속도를 높여 유럽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와의 경쟁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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