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권혜은 기자] 중국에서 화장실 장시간 이용을 이유로 해고된 엔지니어가 부당 해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에 거주하는 엔지니어 리(李) 씨는 2024년 4~5월 한 달 동안 총 14차례 화장실을 이용했으며, 이 중 최장 체류 시간은 4시간에 달했다. 회사는 리 씨가 업무 중 장시간 자리를 비운 점을 문제 삼아 해고 조치를 내렸다.
리씨는 이에 불복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32만 위안(약 6700만원)의 보상금을 요구했다. 리씨는 당시 치질로 고통받고 있었다며 지난해 5~6월 온라인으로 구매한 치질 치료제와 올해 1월 입원 수술 기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회사는 사내 CCTV(폐쇄회로TV) 영상을 증거로 제출해 이씨가 반복적으로 장시간 화장실에 머물렀다는 점을 입증했다.
회사는 리씨가 근무 중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채팅 앱으로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리씨의 직책은 업무 요청에 즉시 응답해야 하는 자리였다는 점도 부각됐다. 또 리씨가 제출한 의료 기록은 문제가 된 화장실 이용 시점 이후의 것이었으며, 계약상 의무인 사전 병가 신청이나 회사 측 통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화장실 체류 시간이 생리적 필요를 현저히 초과했다"고 판단했다. 또 제출된 의료 기록은 문제의 화장실 이용 시점 이후의 것이며, 리 씨가 사전에 회사에 건강 상태를 알리거나 병가를 신청하지 않은 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다만 이 씨가 2010년 입사해 장기간 근무한 점과 실직에 따른 생계 부담 등을 고려해 회사가 위로금 명목으로 3만 위안(약 630만원)을 지급하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하도록 했다.
중국 노동법은 근로자가 위생·안전 보호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화장실 이용 역시 이에 포함된다. 다만 업무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에는 징계나 해고 사유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법원 판결을 통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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