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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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왜 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할까?

나만아는상담소 2025-12-16 09:54:00 신고

엄마는 왜 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할까?

우리는 흔히 모성애를 본능이라 말한다. 조건 없이 베풀고, 자신의 살을 깎아 자식을 먹이며, 자식의 고통을 자신의 것보다 더 아파하는 숭고한 희생. 세상이 정의한 어머니의 사랑은 마치 중력처럼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여야만 했다.

그러나 어떤 딸들에게 이 ‘자연스러운 사랑’은 평생을 바쳐 갈구해도 닿을 수 없는 신기루와 같다. 당신은 아마 아주 어린 시절부터 설명할 수 없는 결핍을 느꼈을 것이다.

엄마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따스함보다는 서늘한 평가를 읽어냈을 때, 혹은 내가 이룬 성취가 온전히 나의 기쁨이 되기보다는 엄마의 장신구가 되는 것을 목격했을 때, 어린 당신의 마음속에는 깊은 의문 부호가 새겨졌으리라.

“왜 나는 엄마에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내가 부족해서일까? 내가 더 노력하면 엄마의 저 차가운 눈빛이 따뜻하게 변할까?”

이 잔인한 질문은 성장기 내내 당신을 따라다니며 자존감을 갉아먹었을 것이다. 아무리 착한 딸이 되려 노력해도, 전교 1등 성적표를 가져와도, 엄마의 하소연을 밤새 들어주어도, 그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엄마는 잠시 기뻐하는 듯하다가도 이내 다른 요구 조건을 내밀거나, 당신의 사소한 실수를 트집 잡아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을 것이다.

사랑받고 싶다는 열망과 사랑받을 수 없다는 절망 사이에서, 당신은 스스로를 탓하는 법을 가장 먼저 배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그 오래된 죄책감의 굴레를 벗어던질 때다. 당신이 엄마의 마음에 들지 못한 것은, 당신이 부족하거나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존재여서가 아니다.

그것은 애초에 당신의 엄마라는 사람이 타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내면의 그릇을 갖지 못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나르시시즘’이라는 렌즈를 통해 엄마의 내면을 해부해보려 한다. 이것은 비난을 위한 것이 아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고통의 근원을 직시하고, 당신을 옭아매던 비극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한 냉철한 이해의 과정이다.

확장된 자아, 딸은 엄마의 거울이자 도구였다

나르시시스트 엄마에게 딸은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다. 심리학적으로 이를 ‘자아의 확장(Extension of Self)’이라 부른다.

엄마는 딸을 자신과 분리된 별개의 사람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딸은 엄마의 팔이나 다리처럼, 엄마의 의지대로 움직여야 하는 신체의 일부이자 소유물일 뿐이다.

그렇기에 엄마는 딸의 고유한 생각, 감정, 취향을 인정하지 않는다. 딸이 엄마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내비치는 순간, 엄마는 그것을 자신에 대한 배신이나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너는 왜 그렇게 예민하니”라는 말들은 딸의 독립성을 말살하려는 엄마의 무의식적 방어 기제다.

엄마에게 딸은 자신의 텅 빈 자아를 비추는 ‘거울’이어야 했다. 엄마는 자신이 세상에서 어떻게 보이는지에 병적으로 집착한다.

자신의 초라한 내면을 감추기 위해, 엄마는 딸을 화려하게 치장하고 완벽한 인형으로 만들어 세상에 전시하려 든다.

딸의 성적, 외모, 직업, 결혼은 엄마의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이 된다. 딸이 성공하면 엄마는 마치 자신이 성공한 양 우쭐해하며 찬사를 독차지하려 들지만, 딸이 실패하거나 초라해지면 가차 없이 비난하고 수치스러워한다.

이 과정에서 딸의 진짜 모습은 철저히 지워진다. 딸은 엄마가 각본을 쓴 연극 무대 위에서 엄마가 원하는 배역을 연기해야만 생존할 수 있었다.

엄마가 원하지 않는 감정, 엄마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욕망은 ‘나쁜 것’으로 규정되어 억압당했다.

당신이 그토록 공허했던 이유는, 엄마가 사랑한 대상이 당신이라는 실체가 아니라 당신이 연기하는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허상을 사랑하는 엄마 앞에서 실체인 당신은 늘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공감의 부재와 대물림된 결핍

나르시시스트 엄마의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공감 능력의 부재’다. 이는 마치 색맹이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엄마는 타인의 감정을 진심으로 이해하거나 느끼지 못한다. 당신이 아파하거나 슬퍼할 때, 엄마는 그 감정에 공명하여 위로하는 대신 귀찮아하거나 화를 냈을 것이다.

“그게 뭐 대수라고 울어?”, “네가 나를 힘들게 하려고 작정했구나” 같은 반응은 엄마가 당신의 고통을 전혀 감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엄마의 내면은 거대한 블랙홀과 같다. 그 안에는 채워지지 않은 욕구와 깊은 열등감이 자리 잡고 있다.

놀랍게도 많은 나르시시스트 엄마들은 그들 자신 또한 사랑받지 못한 상처받은 어린아이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자신의 부모로부터 온전한 수용과 공감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성장 과정에서 멈춰버린 그들의 정서적 발달은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유아기적 자기중심성에 머물게 한다.

그렇기에 엄마는 딸을 돌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대상으로 여긴다.

때로는 딸을 자신의 부모처럼 여기며 정서적으로 의존하고, 딸이 자신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이를 ‘부모화(Parentification)’라고 한다.

어린 딸이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엄마의 신세 한탄을 들어주며 엄마를 위로해야 하는 기이한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엄마의 무의식적인 ‘질투’다. 일반적인 엄마라면 딸의 젊음과 아름다움, 그리고 딸이 누릴 새로운 기회들을 축복해 줄 것이다.

하지만 내면이 텅 빈 나르시시스트 엄마에게 딸의 성장은 위협으로 다가온다. 딸이 자신보다 더 빛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엄마는 딸의 외모를 미묘하게 깎아내리거나, 딸이 아빠와 친밀하게 지내는 것을 방해하거나, 딸의 성취를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

이는 엄마가 딸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엄마 자신의 자존감이 너무나 낮아 딸과 경쟁해야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늙어가는 자신과 피어나는 당신을 비교하며 끊임없이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 비틀린 심리가 당신을 향한 차가운 비수와 통제로 나타난 것이다.

엄마라는 환상을 깨고 나를 마주하기

이제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당신이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있는 그대로의 나를 품어주고 조건 없이 지지해 주는 ‘이상적인 엄마’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음을.

이것은 뼈아픈 진실이다. 마치 고아다 된 듯한 상실감이 밀려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치유의 시작이다.

엄마가 당신을 사랑하지 못한 것은 당신에게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엄마라는 사람의 정서적 그릇이 간장 종지처럼 작았을 뿐이다.

바다를 담을 수 없는 그릇에 바다를 담지 못한다고 해서, 바다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당신은 바다처럼 넓고 깊은 가능성을 가진 존재였으나, 엄마라는 좁은 그릇에 억지로 구겨 넣느라 스스로를 작게 만들었을 뿐이다.

엄마를 바꾸려 노력하거나, 뒤늦은 이해를 구하려 애쓰지 말라. 그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당신의 생명력을 소진시킬 뿐이다.

엄마는 바뀌지 않는다. 나르시시즘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견고한 성격 구조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엄마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심어놓은 거짓된 목소리로부터 당신 자신을 분리해 내는 것이다.

내면에서 “너는 부족해”,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라는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그것이 당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엄마의 병든 내면이 투사된 것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이제 엄마라는 왜곡된 거울을 깨뜨려라. 그 거울 속에 비친 초라한 당신은 진짜가 아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도구가 아니며, 누군가의 감정을 대신 처리해 주는 쓰레기통도 아니다.

당신은 그 자체로 고유하고 온전한 우주다. 엄마가 해주지 못했던 그 따뜻한 공감과 지지를, 이제는 성인이 된 당신이 스스로에게 해주어야 한다.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나의 감정을 존중하는 것, 그리고 엄마와의 건강한 경계선을 긋는 것. 이것이 당신이 써 내려가야 할 새로운 삶의 각본이다.

비록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을지라도, 당신은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다. 그 힘을 믿고, 이제는 당신만의 삶을 향해 당당히 걸어 나가기를 바란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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