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6일(한국시간) 워싱턴 존 F.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북중미월드컵 조 추첨식 도중 잠시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워싱턴|AP뉴시스
2026북중미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책정한 티켓 가격을 두고 팬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15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팬들이 월드컵 티켓 가격에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며 현장의 반응을 집중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FIFA가 확정한 이번 월드컵 티켓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대회의 접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평생 브렌트포드를 응원해 온 빌리 그랜트는 1990이탈리아월드컵을 시작으로 무려 9번째 월드컵 원정을 준비해 왔지만, 이번 대회는 마음이 무겁다.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위해 이미 항공권까지 예약했지만, FIFA가 공개한 티켓 가격이 모든 계획을 흔들어 놓았다.
그랜트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이건 월드컵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월드컵의 진짜 가치는 어디든 팀을 따라다니는 열성 팬들인데, 그 사람들이 지금 배제되고 있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FIFA에 따르면 잉글랜드의 조별리그 3경기를 가장 저렴하게 관람하려면 경기당 705달러(약 103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결승전 티켓은 무려 4185달러(약 613만원)부터 시작한다. 잉글랜드가 결승까지 오를 경우,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8경기를 모두 따라다니는 데 드는 티켓 비용만 약 7020달러(약 1029만원)에 달한다.
영국 현지에서는 “FIFA가 늘 이럴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번엔 상상을 뛰어넘었다”며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티켓 수준으로 비싸다. 차라리 그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잉글랜드 축구서포터즈협회(FSA)는 “스캔들 수준의 가격”이라며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FIFA에 공식 항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 축구 팬 단체인 풋볼 서포터즈 유럽(FSE) 역시 “착취적이고 비상식적인 가격”이라며 즉각적인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FIFA는 요지부동이다. FIFA는 최근 성명을 통해 “최근 티켓 판매 단계에서 24시간 만에 약 500만 건의 구매 신청이 접수됐다”며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인 국가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충성도가 높은 팬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은 큰 역설이다.
디 애슬레틱은 “잉글랜드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팬을 보유한 국가 중 하나지만, 이번 월드컵의 가격 정책은 그 전통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며 “월드컵의 본질이 무엇인지 FIFA는 다시 질문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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