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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국내 증시 활황과 함께 주주행동주의가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주 권한 강화 흐름 자체는 불가피하지만, 이사회 기능 약화 등의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어서다.
16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주주행동주의 동향과 대응 과제’ 보고서를 통해 최근 국내 주주행동주의 확산에 대한 입법 보완 필요성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주주행동주의 사례는 2020년 10곳에서 2024년 66곳으로 5년 만에 6.6배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이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선 것과 대조적이다. 공개서한 발송, 위임장 대결, 주주제안, 배당·자사주 매입 요구, 이사 선·해임 요구 등 행동주의 방식도 한층 다양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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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행동주의 확대의 배경으로는 개인투자자 급증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주주 결집 등이 꼽힌다. 개인투자자 수는 2019년 약 600만명에서 지난해 말 1410만명으로 2.4배 늘었다. 또 소액주주 전용 IT 플랫폼을 통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정보 공유와 의결권 위임이 가능해지면서, 과거보다 훨씬 수월하게 지분을 결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현재 주요 소액주주 플랫폼 가입자는 16만명 이상으로 집계된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기업 의사결정 구조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주주 결집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최대주주와 유사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소수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이 플랫폼을 통해 연대해 경영진 교체나 사업계획 재검토를 이끌어낸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최 교수는 특히 최근 추진되거나 논의 중인 상법 개정 흐름이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명문화, 전자 주주총회 병행 개최, 집중투표제 확대에 더해 자사주 의무 소각,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까지 도입될 경우, 기업의 경영 판단 중심축이 이사회에서 주주총회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사회에 부여된 권한과 재량이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한 주주총회가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를 넘어 사회적 이슈를 둘러싼 갈등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우려 요소로 제시됐다. 특정 주주의 이해가 과도하게 반영될 경우, 채권자·근로자·협력업체·소비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한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일반주주가 추천하는 이사 후보에 대해 최대주주 추천 후보와 동일한 수준의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위임장 수집 과정에서의 편법·불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감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 연대를 통한 행동주의에도 대량보유 공시(5%룰)와 공동보유자 규정을 엄격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최 교수는 “기업도 이사회 운영 규칙을 제정하거나 개선해서 이사회 추천 이사 후보나 주주제안을 통한 이사 후보 양자 간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명확히 정하고 이를 사전에 공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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