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중국 플랫폼’ 웹사이트가 12월 1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유럽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며 존재감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중국 브랜드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두 배로 증가했으며, 9월 한 달 기준으로는 신차 등록량 가운데 중국 브랜드 비중이 7.4%에 달했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중국 업체들의 판매 전략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초기에는 직판이나 온라인 주문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유럽 소비자에게 익숙한 전통적인 딜러 모델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이에 따라 유럽 내 유통망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때 ‘이국적인 브랜드’로 인식되던 중국 자동차들이 이제는 점점 더 많은 딜러들의 제품 포트폴리오에 포함되고 있으며, 실제 판매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상위 50개 자동차 유통업체의 경우, 1년 전보다 평균적으로 취급 브랜드 수가 1개 늘어났는데, 이 신규 브랜드 대부분이 중국 브랜드다. 시장 순위 변화도 뚜렷하다. 비야디(BYD)는 9월 유럽 브랜드 순위에서 이탈리아의 피아트를 제치고 20위로 올라섰고, 중국 브랜드 MG는 같은 달 15위를 기록하며 닛산과 시트로엥을 앞질렀다.
초기에는 많은 딜러들이 중국 브랜드를 취급할지, 또 어떤 브랜드를 선택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보다 명확해졌고, 중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지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그룹들은 중국 제조사와의 협력이 효율적이고 유연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독일 JST 셍겔사의 안드레아스 크니프 사장은 “우리는 차량을 시스템에 어떻게 통합하고, 등록하며, 도로 주행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첫 차량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국제 자동차 유통 프로젝트 연구 기구에 따르면, 셍겔 그룹의 해당 자회사는 유럽 최대 자동차 딜러 순위에서 34위를 차지하고 있다.
크니프는 중국 제조업체들의 생산 속도와 업무 방식에 유럽 유통사들이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단계가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발생하는 문제는 매우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며 “중국 파트너들은 ‘빠른 출발과 신속한 시장 진입’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제품 경쟁력 역시 중국 브랜드의 강점으로 꼽힌다. 중국 제조업체들은 소형차부터 고급차까지 거의 모든 주요 세분 시장을 아우르고 있으며,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 자동차 유통 프로젝트 연구 기구의 이사인 스티브 영은 “중국 브랜드가 이렇게 성공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품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라며 “신뢰성 측면에서도 이미 유럽, 한국, 일본 브랜드와 최소한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약진은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구조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통 강자들이 포진한 유럽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들이 얼마나 더 깊숙이 뿌리내릴지, 그리고 경쟁 구도를 어떻게 재편할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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