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담아낸 동네 이야기, 기록은 서로를 잇는 ‘다리’가 됐다” 수원마을미디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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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담아낸 동네 이야기, 기록은 서로를 잇는 ‘다리’가 됐다” 수원마을미디어 [인터뷰]

경기일보 2025-12-15 18:11: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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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미디어 공모사업 선정팀 ‘이웃사촌’이 제작한 작품 ‘평범한 하루 속, 특별한 행복의 기록’ 스틸컷. ‘언제 가장 행복한가’에 관한 이웃들의 답변이 담겨있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커다란 영화관 스크린에 비친 얼굴들은 전문 배우도, 유명 인사도 아니었다. 수원의 골목과 복지관, 마을에서 살아온 평범한 이웃들이었다. 화면 속에서 옆집 부부, 센터에서 마주치던 어르신 등 ‘아는 얼굴’이 등장하자 객석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난 1일 열린 ‘2025년 수원시미디어센터 지역미디어 성과공유회’는 주민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창작자이자, 관객이 된 하루였다. 수원에는 주민들이 직접 라디오·영상·신문을 만들며 마을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마을미디어가 있다. 이날 상영된 기록들은 형식은 달랐지만, 모두 ‘사람’을 중심에 두고 세대와 공동체를 잇고 있었다. 평범한 주부들이 모여 10년간 영상을 기록하며 행복을 찾은 ‘이웃사촌’팀과 기록을 통해 서로를 치유한 ‘디지털나누미’와 이들의 영상 속 주인공인 보훈서우회 어르신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웃사촌, “이웃을 기록하며 나의 삶을 바라보다”

 

지난 1일 수원시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수원지역미디어 ‘이웃사촌’ 팀. (왼쪽부터)현성미, 김은영, 이유미 회원. 이나경기자
지난 1일 수원시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수원지역미디어 ‘이웃사촌’ 팀. (왼쪽부터)현성미, 김은영, 이유미 회원. 이나경기자

 

“최고의 수혜자는 저인 것 같아요. 본래 몸이 좋지 않아 1년에 한두 번은 입원할 정도였는데, 이제는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는 저 자신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10년 넘게 마을미디어 활동을 이어온 ‘이웃사촌’ 팀원들에게 활동 전, 후 달라진 점을 묻자 앞다퉈 긍정적인 변화를 설명했다. 허약함에 대한 걱정이 컸던 현성미(53) 회원은 “내일 촬영이 있으면 몸이 조금 안 좋아도 아침에 벌떡 일어나게 된다”며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웃사촌’은 4명의 주부로 시작해 10년 넘게 수원에서 마을 영상을 기록해 온 팀이다. 이들이 이번 성과공유회에서 선보인 작품 ‘평범한 하루 속, 특별한 행복의 기록’은 ‘행복’을 주제로 지난 세월 동안 만난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을 담아냈다. 10대 소녀부터 도서관 사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장애인, 봉사 현장의 어르신, 청년 예술가까지. 각기 다른 삶의 자리에서 건네는 ‘행복’의 정의는 소박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영상은 보는 이를 미소 짓게 만들며 행복을 물들였다.

 

지역미디어 공모사업 선정팀 ‘이웃사촌’이 제작한 작품 ‘평범한 하루 속, 특별한 행복의 기록’ 스틸컷. ‘언제 가장 행복한가’에 관한 이웃들의 답변이 담겨있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지역미디어 공모사업 선정팀 ‘이웃사촌’이 제작한 작품 ‘평범한 하루 속, 특별한 행복의 기록’ 스틸컷. ‘언제 가장 행복한가’에 관한 이웃들의 답변이 담겨있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지역미디어 공모사업 선정팀 ‘이웃사촌’이 제작한 작품 ‘평범한 하루 속, 특별한 행복의 기록’ 스틸컷. ‘언제 가장 행복한가’에 관한 이웃들의 답변이 담겨있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지역미디어 공모사업 선정팀 ‘이웃사촌’이 제작한 작품 ‘평범한 하루 속, 특별한 행복의 기록’ 스틸컷. ‘언제 가장 행복한가’에 관한 이웃들의 답변이 담겨있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지역미디어 공모사업 선정팀 ‘이웃사촌’이 제작한 작품 ‘평범한 하루 속, 특별한 행복의 기록’ 스틸컷. ‘언제 가장 행복한가’에 관한 이웃들의 답변이 담겨있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지역미디어 공모사업 선정팀 ‘이웃사촌’이 제작한 작품 ‘평범한 하루 속, 특별한 행복의 기록’ 스틸컷. ‘언제 가장 행복한가’에 관한 이웃들의 답변이 담겨있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지역미디어 공모사업 선정팀 ‘이웃사촌’이 제작한 작품 ‘평범한 하루 속, 특별한 행복의 기록’ 스틸컷. ‘언제 가장 행복한가’에 관한 이웃들의 답변이 담겨있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지역미디어 공모사업 선정팀 ‘이웃사촌’이 제작한 작품 ‘평범한 하루 속, 특별한 행복의 기록’ 스틸컷. ‘언제 가장 행복한가’에 관한 이웃들의 답변이 담겨있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영상에는 거창한 성공담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아침에 창문을 열며 느끼는 공기, 하루를 무사히 시작했다는 안도감 같은 사소한 순간이 화면을 채운다. 하지만 그 소소함에 ‘이웃사촌’팀이 지난 10년간 누군가를 비추고 기록하며 변화할 수 있던 답이 담겨있는 듯했다.

 

이들의 작업은 타인을 비추는 동시에 자신의 시선을 바꾸는 과정이기도 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는 마음의 문을 여는 시간이 필요했다. 실제로 6개월 동안 문을 두드리며 찾아간 인터뷰이도 있었다. 김은영(56) 대표는 “그 문이 열렸을 때 환호성을 질렀다”고 말했다. ‘이웃사촌’ 팀을 이끄는 김씨는 수원마을미디어연합 영상분과 대표로 다른 팀도 함께 돕는다.

 

사람들과 만나며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현성미 회원은 “예전엔 내 중심으로 살았는데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이 넓어졌다”고 했고, 이유미 회원은 “부끄러움이 많았던 내가 훨씬 씩씩해졌다”며 변화를 실감했다.

 

가장 인상 깊은 ‘행복’의 답변으로 팀원들은 한 어르신의 말을 꼽았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게 행복하다”는 그 말은, 바쁜 일상에서 잊고 지냈던 우리네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며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평범함에서 온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 디지털 나누미, “서로를 보듬으며 치유하다”

 

지난 1일 수원시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수원지역미디어 ‘디지털나누미’ 팀과 보훈서우회 동아리 회원들. (시계방향)디지털나누미 이은경 부회장·양경금 회원, 보훈서우회 김영복·이건우 회원. 이나경기자
지난 1일 수원시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수원지역미디어 ‘디지털나누미’ 팀과 보훈서우회 동아리 회원들. (시계방향)디지털나누미 이은경 부회장·양경금 회원, 보훈서우회 김영복·이건우 회원. 이나경기자

 

이날 관객에게 또 다른 울림을 준 팀은 ‘디지털나누미’였다. 영상 속 주인공인 보훈서우회 어르신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감사의 이야기를 나눈 순간은 깊은 감동을 남겼다.

 

디지털나누미는 ‘가르치는 사람’이기 전에 먼저 배우는 사람들이었다. 은퇴했거나 재취업의 문턱에 선 40~60대 신중년들은 스마트폰 활용지도사 자격증을 따며 배움을 시작했고, 그 배움을 나누기 위해 봉사단체를 만들었다. 이은경(63) 디지털나누미 부회장은 “자격증을 따고 그냥 끝내기엔 아쉬웠다”며 “배운 걸 가지고 어르신들께 도움이 되고 싶어 단체를 결성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복지관과 주민센터를 찾아가 스마트폰 교육을 이어가다 수원시미디어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어르신들께 뭔가를 알려드리려면 우리도 계속 공부해야 했다”는 이씨의 말처럼, 배움은 라디오와 영상 제작으로까지 확장됐다. 신중년을 대상으로 한 라디오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제작했고, 영상 교육을 받은 뒤에는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이번 성과공유회에 출품한 작품 ‘보훈 서우회’는 그렇게 맺어진 인연의 결과물이다. 디지털나누미는 수년간 스마트폰 봉사를 하며 만나온 보훈복지타운 어르신들 가운데 서예 동아리 ‘보훈서우회’의 하루를 영상으로 기록했다. 참전용사(국가유공자) 및 유족들이자 평균 연령 88세, 대부분이 90세를 넘긴 어르신들이 붓을 잡고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지역미디어 공모사업 선정팀 ‘디지털나누미’가 제작한 작품 ‘보훈서우회’ 스틸컷. 수원문화재단 제공
지역미디어 공모사업 선정팀 ‘디지털나누미’가 제작한 작품 ‘보훈서우회’ 스틸컷. 수원문화재단 제공
지역미디어 공모사업 선정팀 ‘디지털나누미’가 제작한 작품 ‘보훈서우회’ 스틸컷. 수원문화재단 제공
지역미디어 공모사업 선정팀 ‘디지털나누미’가 제작한 작품 ‘보훈서우회’ 스틸컷. 수원문화재단 제공

 

양경금(52) 디지털나누미 회원은 “어르신들이 붓을 하나하나 들어 보이며 ‘이건 작은 글씨용, 이건 큰 글씨용’이라고 설명해주시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며 “20년 넘게 서예를 해온 세월이 붓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또 “89세에 서예를 처음 시작한 여성 신입 회원의 모습은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덧붙였다.

 

주인공들이 꺼낸 이야기는 담담하지만 묵직했다. 김영복(93) 보훈서우회 전 회장은 “90이 넘어도 서예를 할 수 있다. 내 글씨를 남에게 보이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고 표현했다. 이건우(81) 회장 역시 “글씨를 잘 쓰고 못 쓰는 건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답했다.

 

디지털나누미의 영상은 단순한 기록이 아닌 어르신들의 삶에 관한 자서전이자 선물이었다. 김영복, 이건우 어르신은 “이렇게 웅장한 데 와서 다함께 우리 영상을 보니 너무 좋다. 우리를 아름답게 그려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디지털나누미는 디지털 세상과 어르신들을 이어드리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아름다운 학습의 여정을 함께한다. 우리의 영상은 그 여정 속에서 표현한 가장 빛나는 열정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양경금 회원의 말은 오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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